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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품귀현상 심상치 않더니…삼양 '라면역사'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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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이 라면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급상승세를 타더니 급기야 시가총액·매출 등 여러 지표에서 라면업계 부동의 1위였던 농심을 시총 분야에서 제쳤다. 삼양식품의 시총이 농심을 넘어선 건 한국거래소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양식품은 1만5500원(5.00%) 오른 32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2조4520억원으로, 농심(시총 2조4483억원)을 앞섰다.
‘황제’ 농심 넘어선 삼양
각각 1975년과 1976년 증시에 상장한 삼양식품과 농심은 상장 초기 증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농심이 점차 격차를 벌려 나갔다. 이후 농심과 삼양식품 사이에 각종 지표 측면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긴 데엔198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우지(소기름) 파동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은 1989년 11월 검찰에 날아든 의문의 투서에서 시작됐다. 해외에서 멀쩡히 사용되는 2·3등급 정제 우지가 한순간에 ‘공업용 우지’로 둔갑했다. 삼양식품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전체 4분의 1에 달하는 1000명의 직원이 썰물처럼 떠나갔다. 결국 1995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미 영업 기반이 궤멸한 뒤였다. ‘가짜뉴스’로 회사가 무너진 건 한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가 이어져 1998년부터 7년간 화의 절차를 밟기도 했다.

회생의 기회를 잡은 건 2010년대 들어서다.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2014~2015년 유튜브 등을 통해 잇달아 소개된 게 ‘불닭 신화’의 시발점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의도치 않게 홍보대사가 돼 줬고 외국인들이 SNS에서 ‘불닭 챌린지’를 퍼뜨렸다.

2400억원을 투입해 2022년 경남 밀양에 30년 만에 신공장을 준공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밀양공장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K라면’ 수요에 맞춰 제때 공급을 확대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환율도 도왔다. 삼양식품은 해외에 생산 설비를 갖춘 다른 라면 업체와 달리 해외 매출이 모두 수출로 발생한다. 지난해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받았다.
당분간 강세 이어질 듯
성장성을 높게 쳐주는 증시에서 삼양식품의 우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라면기업들은 물가상승을 억누르려는 정부 기조로 인해 국내에서의 마진율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은 비교적 가격 결정이 자유로운 해외에서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도 뉴욕타임스가 미국 내 ‘까르보불닭볶음면’ 품귀 현상에 대해 보도하고 유명 래퍼 카디비가 ‘불닭 마니아’임을 고백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를 새삼 입증해주는 에피소드들이 잇따르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미국 코스트코 등 메인스트림 채널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고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신규 소비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중국 온라인 채널 사업 정비가 완료됐고 환율도 상승세를 보여 2분기 해외 매출액과 전사 영업이익도 분기 대비 증가 가시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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