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증 환자나 2차급 병원 진료 의뢰서가 없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속 의사 수의 40%를 전공의에 의존해온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구조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증 진료를 많이·잘 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구조로 의료 체계를 개편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특위)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우선 개혁 과제 검토 방안 등을 논의했다. 빅5(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를 중심으로 한 상급종합병원이 과도한 경증·외래 진료 부담에서 벗어나 중증 수술, 연구 등에 집중하더라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수가부터 인력 구조 등 의료 시스템 전반을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달 25일 열린 1차 회의에서 우선 개혁 과제로 제시한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공급·이용체계 정상화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4개 과제의 방향성을 한층 구체화했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진료량을 늘릴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보상 체계 때문에 경증·외래 진료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필수 분야 수가를 이른 시간 내에 집중 인상하고, 같은 진료인데 의원급이 병원급보다 높은 보상을 받게 하는 수가 왜곡 문제도 손을 보기로 했다.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부른 수도권 상급병원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한 통제책도 마련한다. 의료특위는 경증 환자나 2차 병원급의 진료 의뢰서가 없는 환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진료시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현행 60%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은 동네의원(1차 의료기관)에서 받은 의뢰서만으로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가능하다. 경증 환자에 대한 제한도 없다. 의료특위안이 현실화할 경우 환자들은 기존과 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2차 병원을 거쳐야 한다. 경증 환자는 2차 병원을 거치더라도 의료비 부담이 더 늘게 된다.
노연홍 의료특위 위원장은 “정부·의료계·국민 간 신뢰 형성을 위한 첫걸음으로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우선 개혁과제를 신속히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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