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넷’은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친숙한 서비스다. 교수가 작성한 논문, 해당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의 졸업생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수에 대한 학생의 진솔한 평가가 대학원 진학 희망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해당 교수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이 연구실 분위기, 인품, 강의 전달력, 논문 지도력 등을 A~D 등급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줄 정도로 간단하게 교수 평가 글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김박사넷은 ‘이공계의 블라인드’로 불린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이공계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수단으로 이 서비스를 활용한다.
김박사넷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팔루썸니의 유일혁 대표(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박사넷은 석·박사 과정이라는 고행의 길을 걸으려는 학생들을 생각해 내놓은 서비스”라며 “교수와 ‘핏’이 맞지 않으면 개인의 피해를 넘어 국가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중요한 인적 자원인 이공계 학생이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적재적소에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출시된 김박사넷의 누적 가입자는 27만 명이 넘는다. 교수 회원은 1만 명 정도다. 기업 회원은 1000여 곳. 월간활성이용자(MAU)는 60만 명에 달한다. 국내 이공계 학생과 교수, 관련 정보를 공유하거나 찾으려는 사람은 대부분 김박사넷을 이용한다. 김박사넷은 교수 평가 서비스로 시작해 취업과 유학 정보 등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은 취업·진학 정보 광고와 유학 및 취업 교육 프로그램이다.
감박사넷은 최근 반도체 공정 실습 및 이론 교육 프로그램인 ‘김박사넷 반도체 아카데미’ 운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아카데미는 유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임형광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뜻을 모아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두 사람은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반도체 전문가다. 반도체 아카데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어드밴스드패키징(AVP)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유 대표는 “AVP 분야가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학에서도 관련 수업이 거의 없다”며 “학생들이 이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어떻게 접근할지 몰라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김박사넷 수강생 중 24명(합격률 61.5%)이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도 김박사넷의 ‘반도체 인력 키우기’ 프로젝트에 손을 보태고 있다. 두 회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KDT)’ 사업의 반도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함께 수주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반도체 인력의 일본 등 해외 취업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박사넷은 유학 지원 서비스도 내놨다. 해외 대학에 진학하려는 이공계 학생을 돕는 사업이다. 학업계획서(SOP) 작성 방법 등 각종 입학 노하우를 제공한다. 유 대표는 “해외 대학은 국내 대학처럼 스펙(기존 학력)으로 입학 합격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국내보다 열 배 이상 공부하기 힘든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해야 하는 이유 등 지원자의 ‘스토리’를 다듬어 준다”고 말했다.
글=김주완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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