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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출소 뒤 수천억 '폰지사기' 또…제 버릇 못 고친 '기획부동산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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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과 일당을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년 전 국내에 쪼개 팔기 기획부동산 수법을 처음 들여와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실형을 산 인물로 확인됐다. 진화하는 수법과 가벼운 처벌 형량이 맞물려 다른 범죄보다 누범률이 높은 국내 사기 범죄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 보상 사업’ 앞세운 다단계 사기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김 회장과 일당을 수사 중이다.

케이삼흥은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 플랫폼 회사다.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미리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는 ‘토지보상 투자’에 돈을 넣으라고 홍보하며 급성장했다. 케이삼흥은 월 2% 이상 배당 수익을 약속하며 급속히 세를 불렸다.

한국경제신문이 접촉한 회사 임원 등에 따르면 케이삼흥 매출은 2021년 300억원에서 이듬해 2000억원으로 늘었다. 서울 광주 전주 등 전국에만 지사 7곳을 두고, 투자자 수천 명을 모았다가 지난달부터 배당금도, 원금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피해자 김모씨(76)는 노후 자금 4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크게 투자하기 전 단기 자금을 여러 번 넣었을 때는 꼬박꼬박 배당을 받고 원금을 돌려받았기에 이번에도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케이삼흥 매출은 4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거절’을 냈고 지사도 속속 폐업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피해 원금은 1300억원 수준이다. 확인된 피해자만 최소 1000명이 넘고 피해액은 최대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법만 바꿔 20년 만에 또 사기 행각
케이삼흥은 직급이 높아질수록 수익금을 더 많이 받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했다. 직원에게 투자액의 2%를 수당으로 주고 직급별로 0.5~10%포인트씩 수당을 추가했다. 직원 중 상당수도 피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금을 돌려막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정황도 짙다.

김 회장은 한경과의 통화에서 “직원에게 배당을 더 많이 줘야 일하기에 다단계 구조로 사업을 만든 것”이라며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최소 3~4년이 지나야 수익이 발생하고, 지금은 자체 수익이 없으니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경영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 사기는 아니다”고 항변했다.

피해자들은 케이삼흥이 부동산 투자업을 내세웠지만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토지도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회사 투자금은 1328억원이다. 그러나 토지와 건물을 포괄한 비유동자산은 54억원에 불과하다. 회사가 소유한 토지는 ‘0원’이지만 차량 비용(차량 운반구)은 26억원이었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빼돌린 돈이 최소 1000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범률 66%나 되는데 ‘속수무책’
일부 피해자는 김 회장이 20여 년 전 비슷한 사기를 벌였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는 토지를 싼 가격에 산 뒤 호재가 있다는 소문을 내고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 사업’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기획부동산 사기로 210억원을 가로채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6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그는 사기 전적을 거론한 피해자 일부에게 “20년 전 나를 기소한 검사들이 나에게 사실은 무죄였다고 말했다”며 피해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처럼 국내 사기 범죄는 동일인이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6년부터 6년간 사기범 확정 판결문 2061건을 분석한 결과 사기 범죄는 재범 비율이 65.8%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40%는 동일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재차 벌인 사기였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중독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게 사기꾼의 특성”이라며 “처벌뿐만 아니라 사기범의 출소 후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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