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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재 판 커지자…로펌들 영입전쟁 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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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고금리와 지정학적 불안 탓에 국경을 초월한 기업 간 분쟁이 증가하면서 국제 중재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인수합병(M&A) 계약 파기, 금융·부동산 투자 손실 등을 놓고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이뤄지는 건설, 에너지, 조선 사업을 둘러싼 분쟁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활동 보폭이 넓어지면서 국내 로펌들도 국제중재팀을 강화하고 수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판 커진 중재시장…영입전쟁도 치열
5일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 세계 주요 15개 중재 기관이 낸 연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각 기관이 접수한 중재 사건은 2013년 4960건에서 2022년 7554건으로 10년 새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재는 당사자들이 정한 중재인의 판정으로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서면 공방, 문서 교환 등을 거쳐 심리(hearing)로 마무리되며 판정 결과는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단심제인 만큼 분쟁 종결이 빠른 편이다.

최근에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등 투자조약 분쟁보다 기업 간 ‘상사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중재 전문지 GAR에 따르면 2억5000만달러(약 3340억원) 이상의 상사 사건은 2019년 552건에서 2023년 815건(8월 기준)으로 증가했다. 이 중 56.2%를 건설, 에너지, 광산 부문 등의 분쟁이 차지했다.

국내 기업이 국제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가 접수한 한국 국적 당사자 참여 사건은 2018년 25건에서 지난해 36건으로 뛰었다.

국제중재 사건이 많아지면서 국내 로펌은 수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올 3월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 방형식 외국변호사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KL파트너스 대표변호사와 김앤장 파트너변호사를 거친 박영석 변호사도 지난해 말 세종에 합류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태평양 출신 데이비드 맥아더 외국변호사를 데려와 국제분쟁팀을 강화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김명안 외국변호사와 함께 9년간 카타르에서 활약한 국제건설중재 전문가 이조섭 외국변호사를 앞세워 중재시장 공략에 나섰다.
잇단 대형 사건에 ‘수임 경쟁’ 가열
최근 한국이 당사자로 참여한 ISDS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로펌 간 수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ISDS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대상국에서 입은 손해에 대해 제기하는 중재 유형 중 하나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 중재만 10건이 넘는다.

국내 1세대 국제중재 변호사 김갑유 피터앤김 대표변호사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46억8000만달러 규모 ISDS에서 정부 측을 대리해 2억1650만달러 배상 판정을 끌어내며 국제중재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 결렬 SIAC 중재 사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대리하며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의 자문을 맡은 김앤장과 맞붙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미국계 사모펀드(PEF)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메이슨캐피탈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에서는 법무법인 광장이 정부를 대리했다. 김앤장은 올초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광산 개발 중단과 관련해 파나마 정부를 상대로 낸 1조원대 ISDS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태평양은 스위스 기업 쉰들러가 제기한 2600억원 규모 ISDS의 자문을 맡았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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