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반등하는 가운데 순매수 상위권에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대거 포함됐다. 중국 정부가 최근 중국판 밸류업 정책으로 불리는 ‘신(新) 국9조’를 발표한 게 배경으로 꼽힌다. 당분간 중국 증시 반등세는 이들 ‘중국판 밸류업 수혜주’가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 저PER주 담는 외국인
5일 중국 금융정보업체 둥팡차이푸에 따르면 외국인의 중국 본토 증시 순매수액(후강퉁+선강퉁)은 지난달 280억500만위안(약 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올 1월까지만 해도 중국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6개월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빠져나간 금액이 2011억3700만위안에 달했다. 그러나 2월부터는 순매수 기조가 뚜렷하다. 2월부터 지금까지 1107억400만위안어치를 쓸어 담았다. 이 영향으로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2~4월 각각 11.34%, 16.73% 반등했다.외국인은 홍콩증권거래소를 거쳐 본토로 가는 교차매매로만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홍콩에서 상하이로 가는 걸 후강퉁, 선전으로 가는 걸 선강퉁이라고 한다.
종목별로 보면 순매수 상위 10개 중 6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평균이나 동종업계 다른 종목 대비 확연히 낮았다. 외국인은 지난달 자오상은행 주식을 18억5274만위안어치 담았다. 지난달 기준 순매수 2위였다. 또 핑안보험그룹은 12억1444위안어치(6위), 싱예은행은 11억7259위안어치(7위) 순매수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들 종목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5.6배, 6.5배, 4.4배로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최근 시장 평균(약 10배)보다 낮았다. 외국인 순매수 8~10위는 선전증권거래소 종목인 우량예(13억5184만위안), 럭스셰어(9억6631만위안), 퉁링비철금속(8억9381만위안)이었다. 이들의 12개월 선행 PER 역시 최근 시장 평균(약 30배) 대비 한참 낮은 16.5배, 13.9배, 11.2배였다.
중국판 밸류업 가동
증권가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중국 증시에서 이들 종목을 담은 건 중국 정부가 지난달 12일 증시 부양책인 ‘신 국9조’(자본시장 관리감독과 리스크 강화에 대한 국무원 의견 9개 조항)를 발표한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국9조는 배당금을 늘리는 등 상장사의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상장기업은 잉여현금이 많은 편이어서 배당금을 늘릴 여력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며 “현지 증권가에서도 이 프로그램의 수혜주를 발굴해 추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외국인은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른 종목도 골라 담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의 중국 본토 증시 순매수 1위는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업체인 CATL로 19억6939만위안어치였다. 이 종목의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11위안에서 내년 13.3위안으로 20.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가 최근 2년여 동안 하락한 까닭에 12개월 선행 PER은 시장 평균보다 낮은 17.3배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3~5위인 BOE(63.2%), 칭다오하이얼(12.8%), 츠펑골드(29.5%) 역시 올해부터 내년까지 EPS가 큰 폭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국9조에는 배당금이 적은 상장사를 특별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페널티도 있다”며 “최근 골드만삭스, UBS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중국 주식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고, 중국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점점 커지는 것도 외국인 자금 유입의 배경”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