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크게 웃돈 1분기 실적을 내놓고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예상치의 30%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월 들어선 이후 10% 넘게 올랐다. 실적과 갈리는 주가, 왜 이런 흐름을 보이는 걸까.
시장 안팎에서는 성장성이 주가의 희비를 갈랐다고 평가한다. 에코프로비엠은 1년 전과 비교해 대폭 뒷걸음질친 실적을 내놓은 반면, HD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추정치로 컨센서스가 형성된 254개 종목 중 5월2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종목은 모두 100개다. 이중 영업이익이 4월1일에 집계돼 있던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은 41개, 10% 이상 밑돈 ‘어닝 쇼크’ 종목은 38개였다.
이번 실적시즌의 주가 흐름은 대체로 실적과 같은 방향성을 나타냈다.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 중 5월2일 종가가 4월1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한 종목은 8개 뿐이었다. 어닝 쇼크 종목 중 주가가 5% 이상 오른 종목은 5개다. 이 기간 코스피는 2.34%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가장 큰 폭으로 웃돈 종목은 에코프로비엠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66억8400만원으로, 컨센서스(16억8800만원)를 295.97% 웃돌았다. 심지어 실적발표 직전에는 컨센서스가 적자로 전환돼 있었다.
기대를 큰 폭으로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 흐름은 부진했다. 실적발표 직후인 지난 3일엔 3%나 하락하며 코스닥 지수를 끌어 내렸다. 큰 폭의 역성장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93.8%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의 모회사 에코프로는 3일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전방 시장(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인한 물량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며 “2분기까지 실적은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4월 들어선 이후 이달 2일까지 14.96% 하락했다. 전기차 산업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테슬라 차량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HD현대도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38.58% 웃돌았지만, 4월 들어선 이후 이달 2일까지 주가는 10.57% 하락했다. 각종 이벤트에 휘둘리며 주가가 하락한 사례다. 선박 유지·보수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공개(IPO)로 인해 4월 중순 급락했다. 이후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4월 하순에는 ‘정유주’로 인식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달 2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엔 실망감에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HD현대의 주력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어닝 쇼크에도 4월 들어선 이후 주가가 15.42% 상승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213억원으로, 컨센서스(740억원)를 71.2% 밑돌았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흑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특수선’ 분야를 키우는 데 주목했다. 최근 페루 함정 4척에 대한 건조용 자재와 장비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필리조선소와는 관공선 및 군함 관련 사업에 협력하기로 하는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군함 관련 유지·보수 시범사업도 가시화될 전망이고, 수상함 수출 기회도 있다”며 “특수선 사업 확장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에 크게 못 미친 HD현대중공업의 1분기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올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