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에서 놀던 아이가 주차된 오토바이 머플러(배기통) 부분에 화상을 입었다. 오토바이 차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덜 식은 바이크 배기통에 동네 아이가 놀다가 만져서 다친 경우 차주에게 보상의 책임이 있는가"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오토바이에 A4 용지 하나가 붙어 있다. 종이에는 "오토바이 차주님 오토바이 아래 뜨거운 쇠 부분에 화상을 입어 치료 받으러 갑니다"라며 "메모 보시면 (아이) 부모이니 연락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연락처가 남겨져 있다.
네티즌들은 "길이 좁아 오토바이에 닿을 수 밖에 없다면 모르겠지만 아이가 만진 거라면 보상해 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누가 만지라고 했냐. 아이 다친건 보호자가 알아서 해야하는 것 아니냐",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느냐" 등 아이 부모를 탓했다. 반면 "뜨거운 물건을 인도에 둔 사람이 잘못인 거 아니냐", "일부러 만졌다 해도 차주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다", "주의 의무가 쟁점이 될 듯"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같은 상황을 겪었다는 오토바이 차주 A 씨는 한경닷컴에 "예전에 오토바이를 세워뒀는데 아이 아빠가 아이 사진을 찍는다고 오토바이를 태우다 데인 적이 있다"며 "사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와 같은 곳에 불법주차 한 경우, 사고가 났을 때 라이더가 근방에 있었다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치료비 일부를 보상해 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법대로 하라고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주변 라이더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아이들이 가서 만지는 경우보다 부모들이 아이 사진을 찍으려고 오토바이에 앉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법무법인 온율 차승호 변호사는 "주차해놓은 오토바이 머플러에 사람이 화상을 입은 경우, 통상적으로는 오토바이 차주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토바이 차주에게 오토바이를 주차했을 때 주변 통행인이 오토바이 머플러에 접촉하여 화상을 입을 것까지 예견하거나 방지할 주의의무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주에게 예외적으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차 변호사는 "주차할 당시 이미 주차 장소 주변에 부모 없이 어린 아이가 놀고 있어 아이가 오토바이를 만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나, 어린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출입구에 주차를 하거나,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입구에 주차를 하는 경우에는 차주에게 예외적으로 과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