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올해 첫 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4% 역성장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로 한발 앞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스마트폰 타이틀을 선점한 가운데 주력 제품 아이폰 매출이 10% 감소한 탓이다. 다만 핵심 시장인 중국 시장 매출은 8% 감소에 그쳐 우려보다 양호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사상 최대 규모인 1100억달러(약 150조8100억원) 상당 자사주를 매입하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등했다.
애플 1분기 매출 4% 감소했지만…시장 예상보다 선방
애플은 2일(현지시간) 2024회계연도 2분기(1~3월) 매출이 907억5000만달러(약 124조42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36억3600만달러(약 32조4000억원)로 2.1% 감소했다. 주당순이익은 1.53달러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과 주당순이익 기준 월가 예상치를 웃돈 성적표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추정한 매출 컨센서스(900억1000만달러)와 주당순이익 컨센서스(1.50달러)를 상회했다.
2분기 매출 감소의 주 원인은 주력 상품인 아이폰과 아이패드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은 459억6300만달러(약 63조100억원)로 10.4% 줄었고, 아이패드 매출은 55억5900만달러(약 7조6200억원)로 16.6% 떨어졌다. 웨어러블(79억1300만달러) 매출도 3.9% 감소했다.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한 스트리밍 등 서비스(238억6700만달러) 매출이 14.5% 뛰어 아이폰 매출 감소분을 일부 메웠다. PC와 노트북 등 맥(74억5100만달러) 매출도 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화권 매출 8% 감소…아시아 두자릿수 감소율
올 들어 애플의 매출 감소세는 범아시아권에서 두드러졌다. 다만 핵심 시장으로 꼽힌 중국의 경우 우려보다는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중화권 시장에서 애플 매출은 8% 감소한 163억7200만달러(약 22조 4400억원)를 기록, 월가 예상치(152억5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애플은 최근 인구 14억명을 보유한 중요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꾸준히 구애에 나섰다. 쿡 CEO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연달아 중국을 찾았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한다. 중국에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은 올해 1월 중국 아이폰 정가 판매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할인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19.1%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신제품을 내놓은 가운데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쿡 CEO는 "중국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매출이 8% 감소했고, 이는 1분기(208억1900만달러)보다 가속화된 수치"라며 "가속의 주된 원인은 아이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중국 본토 내에서 아이폰 판매수치는 공급 중단 정상화 전의 수치"라며 "중국 도시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상위 두 모델은 아이폰"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에 일본(62억6200만달러)과 그 밖의 아시아 지역(67억2300만달러) 매출은 각각 12.7%, 17.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시장 매출(372억7300만달러)은 1.3% 감소하는데 그쳤고, 유럽(241억2300만달러) 매출은 0.7% 늘었다.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에…투자자 '환호'
애플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며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등했다.
애플은 이날 주당 0.25달러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지난해(900억달러)보다 22.2%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애플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날 2.2% 상승 마감했고,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0%대 오르기도 했다.
쿡 CEO가 다음주 신규 아이패드 출시와 다음달 개최 예정인 '세계개발자콘퍼런스(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의 인공지능(AI) 발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실었다. 쿡 CEO는 "다음주 흥미로운 제품 발표와 다음달 개최 예정인 세계개발자콘퍼런스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다음달 애플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iOS 18'에 생성형 AI 기술 지원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은 2011년 음성인식 AI 서비스 '시리'를 선보여 시장을 선도했지만, 이후 타사에 따라잡히는 모양새가 됐다. 애플은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논의를 재개했고, '제미나이'를 개발한 구글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WWDC에서 생성형 AI 지원에 초점을 맞춘 iOS 18을 공개하고, 시리가 대형언어모델(LLM)로 구동될 것"이라며 "애플 AI 서비스는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와 제휴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하드웨어 기기에 온디바이스로 AI를 구현하는 방식과 소프트웨어를 통한 AI 서비스 제공 등 '투트랙'으로 구현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