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택한 뒤 연금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재정안정파’ 학자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어제 “공론화위 도출 안은 미래세대 부담을 늘리는 개악”이라는 입장문을 내며 반발했다. 연금 지속 가능성을 최소 한 세대(30년)는 연장해야 ‘개혁’이라며 공론위 결정은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를 향해 ‘더 내고, 더 받는’ 개악을 할 바엔 “차라리 현 상태로 두자”고 도발적 제안까지 했다.
반면 야당, 노조, 시민단체 등은 21대 국회 내 처리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306개 진보좌파단체를 망라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그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론화위 안대로 입법할 것을 촉구했다. 김성주(더불어민주당) 강은미(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회견에 동참해 한목소리를 냈다.
절충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견이 커진 이유는 공론화위 채택안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조삼모사이자 본말전도이기 때문이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은 고갈 시기만 기껏 6년 정도 늦출 뿐 누적 적자를 더 키워 당초 연금개혁 목적인 ‘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역행한다. 막대한 적자는 결국 국가재정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의 연금 수입을 위해 자식 세대를 빚더미에 올려놓는 심각한 모럴해저드다.
이런 혼란은 윤석열 정부의 소신·전략 부재가 자초한 일이다. 복지부는 모수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작년 10월 국회에 개혁 방안을 일임했다. 진솔하게 고통 분담을 호소해도 될까 말까 한 과업을 총선 승리가 최우선인 국회에 떠맡겼으니 출발부터 잘못 끼운 단추였다. 국회는 넘겨받은 공을 다시 공론화위로 떠넘겼고 40대 이상이 69%인 공론화위원들의 ‘팔이 안으로 굽는’ 선택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연금개혁을 3대 국정 목표로 제시한 뒤 보인 윤석열 대통령의 모호한 행보도 실망스럽다. 엊그제 영수회담에서도 개악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22대 국회로 넘기자”고만 했을 뿐이다. 개혁 의지가 없다면 21대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22대 국회가 온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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