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상경한 취업준비생들의 1순위 고민은 '주거'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은 최소 1년 이상 계약을 해야 하는데, 어느 지역으로 취업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 단기적인 거주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옵션도 제한적이다. 고시원이나 리빙텔 등은 안전에 대한 우려와 공동 시설 이용에 대해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거 형태가 없다면 직접 만들자"는 생각에 직접 뛰어든 이가 있다. 평범한 20대 직장인에서 '홈스타일리스트'로 변신한 김희연(29)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홈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김희연(29)입니다. 저는 인테리어 내외장재를 만들던 철강회사에서 일했어요. 신사업 팀에서 자재와 회계 관리, 영업 마케팅까지 전부 담당을 했죠. 본사가 포항에 있어 일주일에 세 번씩은 서울에서 포항까지 출퇴근해야 했어요. 아침 8시에 맞춰 출근하려면 새벽 첫차를 타야만 했죠. 그러다 2022년 12월쯤 프로젝트를 맡아 2개월 동안 포항에서 상주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서울 집이 비게 되는 상황에서 고민하다 단기 임대를 도전하게 됐습니다. (웃음)"
Q. 월세를 벌기 위해 시작하셨다고요.
"제가 살지도 않는 데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100만원이 나가게 됐었어요. 2개월이면 200만원이니 부담이 정말 컸죠. 제가 거주하던 공간에 타인을 들이는 것이 처음에는 겁도 났어요. 고민하다 집을 찾는 이유와 성별을 확인해보니,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20대 여성이더군요. '깨끗하게 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수락하기로 결심했죠."
Q. 첫 수익은 어느 정도였나요.
"'월세만 벌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월세를 내고도 한 달에 50만원의 이익을 얻었어요. 그렇게 2개월 동안 100만원의 추가 수익을 냈죠."
Q. 어쩌다 본격적으로 임대업에 뛰어드셨나요.
"지방에서 상경해서 자취방을 구했던 일이 생각났어요. 오피스텔은 최소 6개월을 살아야 하잖아요. 취업 준비생으로서 어느 지역으로 취업할지도 모르는 데다, 서울 자체도 넓어서 1년 단위로 덜컥 계약하기에는 부담스럽죠. 고시원이나 리빙텔도 있지만, 안전 문제가 걸려 결국 셰어하우스에서 살았죠. 하지만 공동으로 부엌이나 화장실을 써야 해 불편했습니다. 온전히 개인적인 공간을 단기적으로 지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곧바로 1호점을 열기로 결심했습니다."
Q. 도심에서는 어떤 이들이 주로 찾나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지를 작성해 수요 조사를 했더니, 4가지 분류로 나눠지더군요.
△첫 번째는 취업을 위해 임시 거주가 필요한 분이었어요. △두 번째는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교육을 받기 위해 잠시 거주하려는 분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학원 강사나 학생분들이 인근에서 강의하거나 공부하기 위해 필요로 했고요. △네 번째는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온 분들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장기간 머물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와 함께 지내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죠. 다양한 연령대에서 모두 수요가 높다고 판단했죠."
Q. 지역은 어디를 공략했나요.
"강남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월세가 저렴한 곳이었어요. 광진구 건대입구역이 알맞다고 생각했죠. 2호선과 7호선이 있어 강남이나 성수동 같은 주요 오피스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요. 게다가 대학병원도 있어서 학생이나 회사원 환자까지 모든 수요를 노릴 수 있어요. 대학가라서 월세 상한 마지노선도 있어 저렴했죠."
Q. 생각지도 못했던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부동산 중개소에 연락했더니 전부 거절당했었어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단기임대용 매물을 주지는 않더라고요. 직접 얼굴을 비추고 발품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비타500 박스를 들고 광진구에 부동산 중개소 100여곳을 돌았죠. 직접 꾸민 집 사진들도 보여주면서 한분 한분 신뢰를 쌓았죠. 부동산에서도 매물이 나오면 저에게 바로 연락을 주실 수 있게 제 명함 뒤편에 원하는 조건(보증금, 월세)을 기재해 명함을 돌렸습니다. 적극적으로 소통했더니 원하는 매물을 찾게 됐어요. 보통 시세가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세는 관리비 포함 80만~100만원이에요. 저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80만원(관리비 3만원 별도)에 구했죠."
Q. 좋은 매물을 보는 노하우가 있나요.
"첫 번째는 다세대보다는 다가구 주택을 위주로 보는 것이에요. 건물 주인이 한 명이기 때문에 한 사람만 설득하면 전체 건물을 운영할 수 있죠. 두 번째는 차별화입니다. 건대점은 30년 된 낡은 공간이에요. 처음에는 체리 몰딩을 가릴까 생각했다가 차라리 개성 있게 살리는 방향으로 잡았죠. 70년대 미국의 오두막집, '코티지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컨셉을 잡았습니다. 벽에는 나무 렉을 설치하고, 외국 식료품점에서 볼 수 있는 시리얼, 잼, 과자 같은 제품들을 구매해 선반에 오브제로 꾸몄죠. 세 번째는 입주가 몰리는 매물을 공략하는 방법입니다. 한 건물에 동시에 입주를 하게될 경우 서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임차인이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려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Q. 차별화가 통했나요.
"앱에는 수많은 집들이 있잖아요. 대부분의 방이 화이트톤으로 돼 있어서 조금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죠. 1~2년 동안 거주하는 장기 거주자보다는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공간보다는 독특한 컨셉이 있는 집에서 머무르길 원해요. 클릭하고 싶도록 사진을 찍어 집의 특색과 매력을 명확히 전달했더니 좋은 후기들이 달리더군요. (웃음)"
Q.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초기 비용은 200만원만 잡았어요. 2개월 운영을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금액만 사용하기로 결정했거든요. 오랫동안 자취를 하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많이 모아두었던 덕분이죠. 홈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며 가구 수집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제 컴퓨터 폴더에 따로 ‘가구 업체 리스트’ 폴더가 있을 정도입니다. 전 가구 이미지를 보면 어디서 판매되는 제품이고, 어느 브랜드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웃음)"
Q. 곧바로 경매에 나섰다고요.
"평소에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검색해왔어요. 단기임대를 운영하며 공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자신감을 얻고 나서 본격적으로 공부에 나섰어요. 유치권 같은 문제를 겪지 않으려고 안전한 매물만 노렸어요. 단순히 책을 보고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실제 법원에 찾아가서 경매 과정을 지켜봤죠. 마음속으로 낙찰 금액을 정해놓고 시뮬레이션 연습을 했어요. 현장의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감을 익혔죠. 그렇게 2023년 10월 입찰에 도전했죠. 초년생이라 여윳돈으로 3000만원에서 4000만원 사이의 매물을 공략했죠. 두 번의 실패 끝에 준공한 지 5년 된 관악구 신림동 빌라를 샀어요. 입찰 전 공실을 예상하고 단기임대를 운영하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Q. 신축 빌라는 위험성이 크지 않나요.
"몇번의 유찰로 가격 거품이 꺼진 상태였어요. 최근 실거래된 비슷한 매물의 가격보다 저렴했죠. 입찰하기 전 직접 매물을 보러 임장을 갔습니다. 빌라의 위치는 역에서 20분 거리 언덕배기에 있더군요. 다행히 바로 앞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어 서울대 입구까지 접근이 용이해 보였어요. 혹시 몰라 1시간 정도 지켜봤더니,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줄 서는 모습을 보고 수요가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매 매물은 내부를 볼 수 없어요. 빌라 지번을 검색해 분양 당시 다른 부동산 중개소에서 올린 사진을 찾아 내부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선비용이 걱정이었지만, 신축 매물이라 도배 장판 수전 교체로 250만원만 들었죠. 현재 이 빌라에서만 월 매출 250만원을 얻고 있습니다."
Q. 전대차와 경매 매물의 장단점이 있을까요.
"전대차는 초기 보증금만 있으면 돼 진입장벽이 낮아요.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노후화된 주택에서 겨울에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내 집이 아니었기 때문에 집주인을 통해야만 했었죠. 지금은 먼저 수리 후 비용을 청구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당황을 많이 했어요.
경매의 경우 낙찰받으면 즉각적으로 피드백과 수선이 가능해져서 이점이 큽니다. 은행 이자 비용만 내면 전부 순수익이기 때문에 이점도 크죠. 경매를 하시는 분들은 낙찰 후 소유권 이전까지 6개월간 공실이 발생해요. 숨만 쉬어도 매달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이죠. 저는 은행에 뭘 이자 75만원을 내고 있는데, 6개월간 방치할 경우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했을 거예요. 단기 임대를 통해 이자를 충당하고도 추가 수익을 냈죠. 현재 관리비를 빼고도 150만원 순수익을 내고 있죠."
Q. 퇴사 후 제2의 삶을 사신다고요.
"2023년 3월에 퇴사 후 개인 사업으로 '홈 스타일링'을 공부했어요. 본업이었던 건축업계에서 일하면서 인테리어에 점점 관심이 있었거든요. 박람회 참가를 위해 인테리어 부스 기획을 할 때도 항상 참여했어요. 내부에 들어갈 가구 배치, 공간 기획하며 힘들지만,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항상 좁은 자취방을 넘어 나만의 쇼룸을 꾸미는 꿈을 가지고 있었죠. 퇴사 직전 월급만큼 수입이 나오자 확신이 생겨 도전에 나섰죠."
Q. 직접 컨설팅도 하신다고요.
임대업의 장점은 업무를 ‘시스템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엔 지방에 3층짜리 독채건물을 스테이로 운영하고 싶다는 분의 의뢰를 받아 공간 스타일링과 숙소 운영 노하우를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 컨셉 수립, 주요 타깃 설정, 숙소 운영 교육 등 공간 운영의 A to Z를 컨설팅해드리고 있어요. 컨설팅을 의뢰해주신 분께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는 깨우침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제 노하우와 함께 시스템을 통해 원거리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시간을 벌고 있어요. 하루에 호스팅 관리하는 시간이 30분도 채 되지 않아요. 계약 관리는 모바일로 간편하게 할 수 있고, 별도로 홍보나 마케팅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스트들은 최소 일주일에서 몇 달 동안 머물기 때문에 꾸준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죠. 직장에서 근무하지 않아도 공간이 알아서 돈을 벌어다 줍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20대에는 저도 호스트나 컨설팅하고 있을지 몰랐죠.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기회를 잡아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수입도 직장인이었을 때 보다 많이 벌고 있죠. (웃음)"
경제적 자유를 찾는 '프로 N잡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책 <나는 회사 밖에서 월급보다 많이 법니다>는 서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생 재부팅에 성공한 이들의 재테크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재+부팅>은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