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 대표 측이 올해 초 어도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아티스트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가요계에 따르면 민 대표 측 법무법인은 지난 2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주주 간 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냈다. 이후 하이브는 민 대표의 제안이 무리라고 판단해 거절하는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가수의 전속계약은 기획사에서 보편적인 계약 형태다. 엔터사들은 전속계약 해지시 이사회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상으로 아티스트의 전속계약 해지는 다른 일반적인 엔터사와 마찬가지로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어도어 이사회는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민 대표 본인과 측근 신모 부대표·김모 이사까지 3명이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민 대표가 장악한 상태다. 현재 구조에서는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어도어 이사진을 교체해 소속 가수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다만 민 대표 측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뉴진스는 어도어 이사회나 하이브의 관여를 거치지 않고 민 대표의 의사대로 전속계약을 끝낼 수 있게 된다. 하이브는 소속 가수(뉴진스)의 이탈을 막을 방도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하이브측에서는 그동안 민 대표가 '풋옵션 행사를 통한 현금 확보→뉴진스 전속계약 해지를 통한 어도어 기업 가치 하락 유도→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인수'라는 3단계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주장해왔다. 대표이사 단독으로 전속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한 것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게 하이브측의 판단이다.
민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뉴진스의 데뷔 과정에서 나온 불합리한 간섭을 해결하고, 독립적인 레이블 운영을 위한 요청 사항이었을 뿐"이라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경영권 탈취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어도어 관계자는 "뉴진스의 계약 형태를 변경해달라는 게 아니라 향후 뉴진스의 재계약 때와 차기 (어도어) 신인 그룹에 적용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는 얼마 전 경영권 탈취라고 '주장'하는 부대표의 카카오톡을 공개했다"며 "해당 카카오톡은 4월 4일의 내용으로, 하이브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시기도 맞지 않고 관련도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