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중국에서 외국 기업 중 처음으로 데이터 안전 검사를 통과했다. 테슬라가 보유한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의 중국 시장 도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8월 8일 이 기술을 적용한 로보택시(무인택시)를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격 인하 경쟁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테슬라가 FSD 중국 출시로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FSD 중국 도입 초읽기”
29일 로이터와 제일재경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모델3와 모델Y가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국가컴퓨터네트워크응급기술처리협조센터의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제1차)’에서 전날 적합 판정을 받았다. 중국 당국의 데이터 안전 검사를 통과한 외국 자본 기업은 테슬라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이 제시한 요건은 △차량 밖 안면 정보 등 익명화 처리 △운전석 데이터 수집 차단 △운전석 데이터 차내 처리 △개인정보 처리 통지 등 네 가지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중국 내 FSD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2020년 처음 FSD를 출시한 테슬라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국에선 데이터 규제에 가로막혀 진행하지 못했다.머스크는 이날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2인자인 리창 총리와 만났다. 당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려던 일정까지 취소하고 급히 중국으로 향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리 총리를 만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수년 동안 서로 알고 지냈다”고 친분을 강조했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문을 연 2019년 리 총리는 상하이 당서기로 머스크와 인연을 맺었다. 리 총리는 “외국 자본 기업은 중국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참여자”라며 “더 나은 상생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AI에 100억달러 투자”
테슬라의 FSD 시스템은 개발자의 주행 코드 없이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운전 동영상을 보고 학습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누적 3억 마일(4억8280만㎞)의 주행 영상 데이터로 정확성을 높였다. 최근 배포된 FSD 베타버전 12는 완전자율주행에 근접했다는 것이 테슬라의 내부 평가다.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상용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글 웨이모와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지만 연이은 사건·사고로 부침을 겪고 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중단했다.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다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날 BYD와 리오토, 로터스, 호존, 니오 등 6개 업체의 76개 차종도 테슬라와 함께 데이터 안전 검사를 통과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00억달러(약 13조7500억원)를 투입한다. 머스크는 이날 X를 통해 “테슬라가 올해 학습과 추론을 결합한 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며 “이런 수준의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기차 판매 부진과 가격 인하 경쟁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테슬라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FSD 기술에 힘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총매출은 21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2012년 이후 분기 단위로 최대 감소 폭이다. 영업이익은 11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1분기 11.4%에서 올해 5.5%로 주저앉았다. 머스크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후 “모니터링 없는 FSD가 가능해지면 판매량이 10년 안에 700만 대, 1000만 대, 수천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베이징=이지훈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