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담장을 넘어 삽을 훔쳐간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 조심하세요."
60대 주부 A씨는 얼마 전 네이버 '밴드'를 통해 동네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범행 현장이 담긴 CCTV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A씨는 마을 입구 도로의 사용허가를 둘러싼 소송 진행 상황이나 반상회 일정도 밴드로 공유받는다. 골프연습장 레슨 일정과 골프모임, 동창회 소식 모두 밴드를 이용해 소통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게시글과 댓글을 남긴다.
A씨는 "카카오톡은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나 파일이 삭제되고 메시지가 오면 최대한 빨리 답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밴드는 사진과 파일이 사라지지 않고 게시글이나 댓글이 올라와도 각자 편한 때에 답을 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했다.
네이버의 그룹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밴드'가 중장년층 대표 커뮤니티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29일 '2023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대는1946~1965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다. 이 세대에서는 36%가 밴드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스토리가 24.1%로 뒤를 이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각각 20.2%, 15.3%에 그쳤다.
X세대(1966~1981년 출생)에서는 밴드를 주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22.5%로 인스타그램(36.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전체 SNS 사용자 중에서도 밴드를 주로 쓴다는 응답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2014년 5.4%에 불과했던 비율이 2018년 처음으로 10%대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13.1%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밴드는 최근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용자들을 관심사로 묶으면 그만큼 앱 체류시간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사용자 체류시간이 증가할 경우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기회를 확보할 수도 있다.
지난 24일에는 밴드 내 콘텐츠를 관심사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추천 페이지를 개편했다. 운동·사진·요리·취미·음악 등 취향에 맞는 주제의 페이지를 찾아 구독할 수 있도록 한 것.
지난해 11월에는 사용자 프로필을 통해 자신의 일상·관심사를 밴드 멤버들과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 기능을 추가했다. 프로필 사진 밑에 '스토리 쓰기'를 누르면 취미 활동 모습이나 맛집 사진 등을 남길 수 있다. 다른 사용자들이 해당 스토리에 댓글이나 이모티콘을 달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마련됐다.
평소 혼자 실천하기 어려웠던 목표를 다른 밴드 사용자들과 함께 달성하는 '미션' 인증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06만명을 돌파했다.
관심사 중심의 기능과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밴드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도 다시 한 번 반등하는 추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밴드 MAU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1800만명대를 기록하다 같은 해 12월 1900만명대를 넘어섰다. 스토리 기능이 추가(11월)되고 미션 인증자 수가 발표(12월 초)된 이후다. 당시 MAU는 1920만7000명으로 전달보다 69만6000명 늘었다. 지난달 MAU는 작년 12월보다도 21만4000명 증가한 194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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