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000건을 넘어섰다. 거래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매 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는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비교적 저가에 나왔던 급매물들이 대부분 사라진데다 외곽지역을 제외하곤 매물들이 전고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58건을 기록하며 4000건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월 거래량이 4000건을 넘어선 것은 2021년 8월 4065건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000건 대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2568건으로 2000건을 넘고 재차 4000건을 돌파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302건을 기록한 송파구였다. 전월 171건에서 76.6% 급증했다. 이어 노원구가 285건, 강동구가 243건, 강서구 234건 등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집값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3월 넷째 주 상승 전환해 최근까지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5주 사이 누적으로만 0.12% 올랐다.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거래량이 늘어난 만큼 수요자들도 오른 가격을 수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4000건 넘어선 서울 아파트 거래량…매물은 8만4000건 돌파
거래가 늘어나면서 빠르게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거래가 안된다고 생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매물은 급매물이라기 보다는 제값(?)을 받으려는 매물이다보니 실제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27일 8만4218건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8만건을 넘어서고 한 달 만에 4000건 이상 증가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6만3331건과 비교하면 약 33% 늘어난 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1월 0.37%, 2월 0.62% 올랐지만, 조사 시점(4월 15일)까지 신고된 거래로 추정한 3월 잠정 실거래가지수는 0.27% 하락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 가격동향 조사는 호가가 반영되지만,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된 가격만을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연초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가 오르면서 집주인과 수요자의 줄다리기가 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동구 명일동 개업중개사는 "집주인들은 급할 게 없다며 호가를 높이고 수요자들은 올해 초 나왔던 가격 수준의 급매물만 찾는 상황"이라며 "추격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개업중개사도 "급매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거래가 다소 주춤한 상태"라며 "호가를 낮추겠다는 집주인도, 돈을 더 내겠다는 수요자도 없다"고 했다. 이어 "어느 한쪽이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호가 높이는 집주인 VS 급매 기다리는 수요자…눈치싸움 치열
집주인과 수요자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같은 지역에서도 반등 거래와 하락 거래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2차' 전용 182㎡는 지난 2일 74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하지만 11일에는 3억4000만원 낮은 71억원에 거래됐다.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지난 6일 21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 대비 2억원 상승했지만, 13일 20억1000만원에 팔려 1억원 넘게 하락했다.
마포구의 경우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가 지난 11일 직전 거래 대비 2억5000만원 하락한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13일 직전 거래 대비 2억원 오른 20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단지의 상승과 하락이 엇갈린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지역과 단지별로 상승과 하락이 혼재하고 있다"며 "매물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선호 지역과 단지에서는 호가 상승과 매수 문의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