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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량제 봉투가 '만능 쓰레기통'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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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종량제 봉투 안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마포구가 몇 차례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헤집어 봤더니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소각해야 할 ‘진짜’ 쓰레기는 20% 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것들이었다. 이쯤 되니 종량제 봉투가 무엇이든 내다 버릴 수 있는 ‘만능 쓰레기통’이 된 것 같다. 현재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10L 기준으로 250원이면 살 수 있다. 음식 배달에 3000원 이상을 쓰는 현실에서, 분리수거라는 불편함을 감수하기엔 250원은 너무 저렴하다.

쓰레기 처리는 배출자 부담이 원칙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처리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쓰레기봉투 판매 수익은 처리 비용의 6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40%는 쓰레기 배출자와 상관없이 세금으로 충당한다. 적게 버린 사람이 많이 버린 사람의 처리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배출자 부담 원칙이 지켜지려면 종량제 봉투 수입으로 처리 비용 100%를 충당해야 하고 결국 봉투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1995년 시작된 쓰레기 종량제는 쓰레기를 ‘돈’ 주고 버려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었다. 종량제 시행 전인 1994년에는 하루 매립·소각되는 쓰레기가 5만t에 가까웠으나 종량제가 자리매김한 2003년에는 2만8000여t으로 감소했다. 이제는 종량제 봉투가 ‘물 쓰듯’ 할 정도로 싸지 않다는 또 한 번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종량제 봉투값은 2017년 이후 동결됐다. 그러나 현재 가격은 증가하는 쓰레기 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봉투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지만 어디 하나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나중에 더 큰 쓰레기 산과 예산 투입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지금 행동해야 한다.

마포구는 지난 2월 종량제 봉투 가격 상한선을 명시한 ‘마포구 폐기물 감량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해 3월 구의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소각 쓰레기양 감축을 통한 소각장 추가 건립 반대’라는 구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조례안에는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 의무 강화, ‘소각 제로’ 가게 설치·운영 확대, 폐기물 발생 및 감량 현황 공개 등 소각 쓰레기 감량을 위한 구의 정책들이 담겼다.

하지만 구가 추구하는 정책은 궁극적으로 서울시 전체가 동참해야만 효과가 있다.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소각장 두 개를 떠안을지 모를 위기 속에서도 마포구는 다른 곳으로 소각장을 떠넘기지 않고 모두가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 서울은 25개 구로 나뉘어 있지만 하늘에는 경계선이 없다. 같은 공기를 마시는 모든 이들의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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