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700선을 다시 돌파할지 관심이 모인다. 기업들이 호실적을 내놓는 가운데, 밸류업 정책 가이드라인 발표가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파(통화 긴축정책 선호론자)적 기조를 강화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 증시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번주(4월29일~5월3일) 증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이벤트는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다. 여기서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가이드라인 제정안이 공개된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자동차·금융·지주사 등 밸류업 테마가 꿈틀대기 시작한 터라, 정책 구체화에 따라 상승탄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전날인 다음달 1일 국내증시는 '노동자의 날'로 휴장한다.
기업 실적 발표에 따른 변동성은 줄어들 전망이다. 성장 기대감이 선반영된 인공지능(AI) 관련 미국 대형 종목들 대부분이 지난주까지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할 아마존과 AMD 정도가 남았다. 아직 AI 관련 사업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애플은 다음달 2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AI 관련 산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기에, 상대적으로 실적 기대감이 높지 않고, 수출 기반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에 주목해볼 만하다”며 “중국 외 지역으로 수출액이 증가하는 화장품과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음식료가 이에 해당하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실적을 발표할 국내 상장사들은 수출 관련 종목이 많다. 환율 상승 효과에 따라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주 실적 발표 예정기업은 오는 29일 삼성전기, 30일 삼성SDI·아모레퍼시픽·OCI홀딩스, 다음달 1일 한미약품, 2일 LG화학·한화에어로스페이스·하이브·롯데칠성, 4일 NAVER·에코프로 등이다.
한국시간으로 다음달 3일 새벽에 결과가 나올 미 Fed의 5월 FOMC에 대해 증권가에선 낙관하는 분위기다. 나 연구원은 이번주 증시 상승 요인 중 하나로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꼽기도 했다.
강 연구원도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건 1분기 PCE 물가지표를 통해 미리 확인됐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했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대한) 위험이 이미 어느정도 시장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PCE 물가지표는 미 Fed가 통화정책에 참고하는 걸 가장 선호하는 지표로 알려졌다. 지난달 근원 PCE 물가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7%)를 소폭 웃돌았다.
지난주(22~26일) 코스피는 2.49% 상승해 2656.33을 기록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793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4452억원어치와 994억원어치를 팔았다.
지수 자체는 상승했지만, 하루하루 큰 변동성을 보였다. 우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감은 사그라들어 상승세로 한 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가 문제였다. 호실적을 내놓으면서도 기대 이하의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제시해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도 SK하이닉스가 예상을 크게 웃돈 실적을 발표한 지난 25일에 주가가 5%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컨퍼런스콜을 통해 신차의 조기양산 계획 등을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국내 2차전지섹터로 훈풍이 이어졌다.
강 연구원은 “미국 실적 시즌은 (가이던스를 비롯한 설명의) 뉘앙스가 문제였지만, 국내 실적시즌은 상당히 괜찮게 흘라가고 있다”며 “이번주를 지나면서 코스피는 다시 2700선 돌파를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