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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려면…" 대치동 고딩이 목숨 건 과목은 '깜짝' [대치동 이야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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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은 매주 월요일 대치동 교육현실의 일단을 들여다보는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반포에서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 A군의 하루는 하교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4시 반 학교가 끝나면 대치동으로 이동하며 간단한 간식이나 저녁을 챙겨 먹는다. 대치동에 도착해서는 수학과 탐구 과목을 번갈아 가며 단과 수업으로 듣는다. 월수금은 수학, 화목은 탐구 이런 식이다. 학원 강의가 평균 3시간 반 정도이기 때문에 하루에 2과목을 듣는 것은 어렵다.

학원을 마치면 스터디카페나 관리형 독서실로 향한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관리형 독서실이다. 스터디카페보다 집중이 잘 된다는 이유다. 관리형 독서실은 입장 전에 핸드폰을 제출해야 한다. 잠을 자면 총무가 깨워준다. 공부계획을 세워주고, 밥을 주는 곳도 있다. 이렇게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10시부터 12시 정도까지 공부한다. 주로 학원 숙제 위주다.

시험 기간에는 더 바쁘다. 학원들은 각 고교별 맞춤형 내신 대비 특강을 내놓는다. 'A고 수학 시험 대비반', 'B 외고 영어 시험 대비반' 등이 대치동 학원마다 열린다.

주말이라고 쉴 순 없다. 오히려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더 많은 강의를 듣는다. A군은 국어, 수학, 탐구 세과목 수업을 듣는다. 오전에는 9시부터 12시 반까지 국어. 점심을 먹고 1시 반부터 5시까지 수학. 저녁을 먹고, 6시 반부터 10시까지 탐구 수업을 듣는다. 학원 수업 중간에 바쁘게 밥을 먹어야 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대치동에는 30분 정도면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식당도 많다.
마침내, 결승선이 코앞
대치동의 목표는 결국 '상위권 대학 입학'이다. 대치동의 모든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대입을 향해 달려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결승선을 코앞에 둔 결정적인 순간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질문이 나오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생각이 우선하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대치동 고등학생이 가장 신경 쓰는 과목은 수학이다. '닥수(닥치고 수학)'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문과든 이과든 상관없이 수학이 대학 합격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치동 학생들 중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수학 공부를 고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하는 학생은 없다. 빠르면 중학교 3학년에 고등학교 3학년 수능 핵심 개념들까지 선행을 마친다. 늦어도 고등학교 1학년 2학기에는 끝낸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겨울 방학부터 본격적인 문제 풀이를 시작한다.


이 시장을 양분한 학원이 시대인재와 두각이다. 사실상 시대인재가 압도적인 시장의 강자로 여겨진다. 한 고등학생은 "상위권 학생들은 무조건 시대인재를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학원을 택하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문제 풀(Pool)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대인재는 고등학교 1, 2학년 때도 1주일에 1번 모의고사를 치르고 '주간지'로 불리는 숙제를 낸다. 주간지에는 100문제 가까운 문제를 담고 있다. 하루에 20문제씩 풀어야 하는 셈인데,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준 4점짜리 문제들로 구성돼 쉽지 않다.

상위권 학생이 풀어도 하루에 1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정도다. 고3 하반기가 되면 강도는 더 세진다. 학원에서 푸는 모의고사 말고 집에서도 일주일에 2번꼴로 모의고사를 풀어야 한다.

이런 문제집을 얻기 위해 시대인재를 등록하려는 학생은 말 그대로 줄을 서 있다. 시대인재를 다녔다는 한 대학생은 "한 수업당 정원이 200명 정도인데, A 강사는 대기가 1000번을 넘었다"며 "나는 300번 대였는데, 3개월 만에 자리가 났다"고 말했다.

현장 강의뿐 아니다.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등의 인터넷 강의도 듣는다. 이 역시 문제 풀이를 위해서다. 소위 일타 강사로 불리는 강사들의 문제집은 수능 전 반드시 풀어야 하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 인강에서 파는 문제집, 모의고사를 구하기 위해 인강을 듣는다는 얘기다.

고교 때 영어 공부하면 늦어
영어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능 영어를 고등학교에 와서 준비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대개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일찌감치 영어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영어가 실제 대입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지도 않는다. 서울대의 경우만 해도 수능위주전형(일반전형)에서 대부분의 학과가 국수탐(국어, 수학, 탐구) 혹은 국탐(국어, 탐구)만 반영한다. 반영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수학이다.

학원 수업도 많지 않다. A학원의 경우 5월 기준으로 고등학교 1학년 대상 수업 20개 중 영어 수업은 1개에 불과하다. 과학이 7개로 가장 많다. B학원은 고등학교 1학년은 학교별 내신 준비반을 제외하고는 수학 강의만 제공한다. 고등학교 3학년 대상 전체 수업 83개 중 영어는 10개다. 수학이 27개, 과학이 21개로 가장 많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개념을 다 끝낸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다른 과목처럼 문제 풀이만 한다. 시대인재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것도 과학탐구 문제 풀이 덕분이었다. 과학탐구에서 적중률 높은 모의고사를 만들면서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몰렸다. 덕분에 의대 합격률이 높아졌다. “시대인재 모의고사를 풀지 않으면 의대는 갈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문제풀이 기술이 제일 중요
대치동 학생들이 고등학교 내내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실 다른 것을 할 게 없기 때문이다. 이미 유치원 부터 시작된 선행 학습으로 수능에 나오는 모든 개념은 익힌 상태다. 한문제만 틀려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수능 제도의 특징도 영향을 미친다.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문제를 보고 정확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선 결국 개념에 대한 이해보다는 문제풀이 스킬이 중요하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정부는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치동 학생들은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서 문제 풀이가 더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24학년도 수능에서 킬러 문항은 없었다. 하지만 준 킬러 문항으로 불릴만한 까다로운 문제가 늘면서 체감 난도는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킬러 문항 한두문제만 주의하면 됐지만, 지금은 준 킬러를 모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반적인 대치동 수험생활을 위해 돈은 얼마나 들까. A학원의 경우 한달에 32시간 수업을 하는 단과 수업료가 56만~60만원 정도(4월 말 기준)다. B학원도 비슷하다. 한달에 21시간 강의 기준으로 47만3000원. 여기에 나날이 오르는 교재비, 모의고사비 등까지 합치면 70만~80만원까지 이른다. A군처럼 평일에 2개, 주말에 3개 수업을 들으면 한 달 평균 학원비만 350만~4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관리형 독서실비도 종류에 따라 60만~80만원을 내야 한다. 인터넷 강의, 추가로 구입하는 문제집 등을 고려하면 고등학생 1명을 한달간 가르치기 위해 500만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이것도 과외 등을 하지 않는 가정 하에서다.

3년으로 따져보면 약 1억 8000만원이다. 누군가에게는 엄청나게 큰 돈. 하지만 대치동에서는 대입이라는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 기꺼이 내는 돈이다.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에도 사교육비는 매년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격차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다들 사교육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은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대치동의 속살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를 기획해 매주 월요일 게재합니다. 대치동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스템을 모르면 한국 교육의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치동이 어디인지, 대치동의 왕좌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강사들의 삶은 어떤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치동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거나 포털에서 [대치동 이야기]로 검색하면 더 많은 교육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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