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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대응 부족" SK CEO들, 사업 재편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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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20여 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정교한 예측과 대응이 부족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금리 등 거시 경제 변수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각 계열사가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대규모 투자를 벌였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SK그룹이 조만간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조정, 비핵심 사업부 정리 등 고강도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마무리한 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EO 모여 ‘사업 리밸런싱’ 논의
SK그룹은 23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한데 모여 그룹 전반의 ‘사업 리밸런싱’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등이 참석했다.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한 사업 재편 회의 내용을 SK가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그룹은 올 들어 최 의장 주재로 주요 CEO들이 참석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했지만 회의 내용은 물론 장소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선 CEO들이 각 사 실적과 전망을 설명한 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장은 CEO들에게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기민하게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일부 계열사가 신사업을 벌이거나 투자할 때 경영 환경 변화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선 “그동안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아비판도 나왔다.
배터리, 반도체 등 전반 검토
업계에선 이르면 다음달부터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도 그런 사업 중 하나다. SK그룹은 SK온을 통해 배터리 셀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데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 여파로 수요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SK온을 지원하느라 SK이노베이션 부채는 2020년 23조396억원에서 지난해 50조7592억원으로 3년 새 두 배 넘게 불어났다.

SK그룹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맡긴 배터리 사업 구조 개편 방안을 토대로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은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배터리 사업은 본원 경쟁력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제한된 자원을 최적으로 분배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그룹은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과 분리막 제조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등도 투자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네트웍스는 최근 SK렌터카를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 매각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수뇌부가 ‘경영 고삐’를 확실히 죄는 만큼 향후 사업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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