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촌 정책이 ‘개별 사업’ 중심의 하향식 지원에서 ‘공간’ 단위의 상향식 지원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자기 지역에 맞춰 농촌 공간 정책을 수립해오면 최대 300억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농촌 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기본방침’(농촌공간기본방침)을 21일 발표했다.
농촌공간기본방침은 지난달 시행된 농촌 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식품부가 10년마다 수립하는 것으로, 지난 18일 농촌 공간 정책심의회에서 심의·확정됐다. 이번 농촌공간기본방침에 따라 139개 농촌 시·군은 내년까지 지자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농촌공간기본방침의 핵심은 특화지구 중심의 농촌 ‘재구조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농촌 정책을 펼칠 때 ‘공간’이란 개념이 거의 없었다”며 “개별사업 단위로 정부가 지원하다 보니 지자체간 사업이 중복되거나 농촌 지역의 전반적인 공간 구성을 간과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농촌 공간을 주거·산업·축산·공장·융복합 산업 등 7개 기능별로 구획·집적화한다는 구상이다. 농촌 마을보호지구에는 주택과 생활 서비스 인프라를 모아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농촌산업지구와 농촌 축산지구에는 기업체, 스마트팜, 축사 등 산업별 시설이 집적할 수 있도록 해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각 시·군은 특화지구 배치 등을 토대로 3개 안팎의 재생활성화지역(전국 400개소)을 설정하고, 지역별 발전전략을 수립해 재생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주민과 함께 농촌 공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정부는 지자체와 ‘농촌협약’을 맺어 5년간 최대 300억원 규모의 국비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농식품부는 수직농장 등 새로운 형태의 농업 등장에 맞춰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농촌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귀농·귀촌인 거주에 중점을 둔 과거와 달리 4도 3촌, 워케이션 등 다양한 유형의 체류·교류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기로 했다. 인구 유입 가능성이 큰 마을은 농촌 마을보호지구로 지정해 신규 주택 입지를 유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농촌공간기본방침의 성과 목표로 농촌 공간 정비 및 재생지원을 올해 68개소에서 2033년 200개소로, 농촌 창업 비율을 올해 20%에서 2033년 25%로, 농촌 관광·방문율을 올해 55%에서 10년 후 65%로 각각 높이겠다고 제시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