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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재명에 양자회담 제안…"자주 만나 식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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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마주 앉아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당대표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윤 대통령과의 별도 회동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그때마다 이를 거절해왔다. 윤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바꿔 먼저 만나자고 제안한 것은 그만큼 정부·여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및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많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19일 약 5분 동안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비서실장 등) 인사가 더 빨리 이뤄졌으면 만나자는 제안도 더 빨리했을 텐데, 인사가 지연되면서 통화도 늦어졌다”며 “인사가 밀리면서 통화를 한없이 미룰 수 없어 먼저 하게 됐다”는 취지의 설명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윤 대통령의 회동 제안 및 통화 내용을 두고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회동 요청이 있을 때마다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맡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나 하던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 회동 역시 추진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 피의자인 이 대표를 만나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는 4·10 총선 패배를 계기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와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 직후 영수회담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뭐가 있겠냐”며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양자 회동보다는 여당 대표를 포함한 3자 회동에 무게가 실렸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여당 지도체제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회담에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후 사흘 만에 한 단계 더 나아간 양자 회동 제안이 이뤄진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 국회가 개원한 후에야 회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며 “회동 시기도 앞당기고, 형식도 야당의 요구에 맞추기로 한 것은 대통령실이 악화한 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실무진은 조만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 일시 및 의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회담에서 국무총리 후보와 관련해 이 대표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무총리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대하면 임명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또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대한 협조도 구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개혁과 관련해 여야 및 정부가 함께 의료계를 설득하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이번에 만나면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회담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다음주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조율 과정에서 이달 말로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날 생각이 있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 자체가 협치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에서 승리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등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고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정국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이유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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