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육청과 정부가 국가 소유 땅에 들어선 학교의 토지 사용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9일 인천교육청에 따르면 이 교육청은 작년 12월 관용차 한 대를 국세청에 압류당했다. 교육청이 소속 학교의 부지로 점유하고 있는 국유지 사용료(대부료)를 수년간 내지 않자 기획재정부가 압류를 신청한 것이다.
인천교육청의 행정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상징적으로 차량 한 대만 압류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국유재산관리과 관계자는 “인천교육청의 대부료 지급 명령이 총 19번 누적됐다”며 “다른 지방 교육청은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특정 교육청만 봐주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천과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교육청은 사용료 부과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 행정 관할 주체가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바뀐 지방교육자치법 시행(1991년) 전까진 국유지에 지어진 학교에 관해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이후에도 정부는 교육청에 학교 땅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방침이 바뀐 지는 꽤 됐다. 정부가 2011년 국유 재산 사용료를 면제받으려는 지자체는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만든 것이 계기였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사용하는 학교 부지 사용료도 특별한 근거가 없어져 자동으로 ‘유료화’됐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다른 지역에선 이 돈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서울·인천·경기교육청에서 유독 반발하는 것은 수도권 땅값이 비싸서다. 국유지 사용료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지방보다 훨씬 비싼 데다 학교도 수도권에 많다 보니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교육청은 172개 초·중·고교가 375개 필지에서 총 62만6058㎡ 규모의 국유지를 점유하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방교육자치가 시행됐지만 자산 이관은 제대로 되지 않아 불거진 문제”라며 “사용료 부과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육청이 내지 않은 국유 재산 사용료는 197억원, 경기교육청은 4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서울교육청이 해당 국유지를 매입하려면 2021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2조11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는 학생 수 감소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출하고 남은 돈(지방교육재정기금)이 26조원에 이르는 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도 보유 부지를 국유지와 교환했고,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교육청도 폐교 부지를 교환·매각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원/박진우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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