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글로벌 기업공개(IPO) 건수가 전년동기 대비 7% 감소했다. 미주와 유럽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일대는 작년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EY한영은 1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1분기 EY 글로벌 IPO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IPO 시장은 IPO 287건이 성사됐다. 전년동기 대비 7% 줄었다. 이를 통해 나온 총 조달금액은 237억 달러으로 작년에 비해 7% 늘었다.
미주와 유럽이 글로벌 IPO 시장을 주도했다. 미주 지역에서 52개 기업이 상장을 통해 84억 달러를 조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21%, 조달 금액은 178% 급증했다. 미국은 2022년에 20년 만의 최저 조달 금액 기록을 낸 후 작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중동, 인도, 아프리카(EMEIA) 지역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116건의 IPO가 이뤄졌고 58% 증가한 95억 달러를 조달했다. 인도는 건수 기준으로도 2019년 시장점유율 6%에서 올해 1분기에는 27%로 급증해 세계 1위 IPO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IPO가 119건 성사돼 58억 달러를 조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건수 및 금액이 각각 34% 및 56% 급감한 규모다. 일본만 유일하게 IPO 건수가 소폭 증가했으며 중국과 홍콩은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홍콩은 1분기 IPO 10건 중 10억 달러 이상이 단 2건에 불과해 2010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EY는 “중국과 홍콩의 IPO 시장이 낮은 유동성, 자본 유출 증가, 중국의 IPO 일시 중단, 홍콩의 고금리 기조 등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인해 IPO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24년 1분기에 14개 기업이 상장했고 3억 428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13%, 금액은 16% 감소한 수치다. 5000만 달러 이상을 조달한 IPO는 한 건에 그쳤다. 한국은 조달 금액 기준으로 글로벌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IPO 상위 10위에 들지 못했으나, 거래소 건수 기준으로는 글로벌 5위를 차지했다.
IPO 이후 주가는 대부분 시장에서 공모가를 상회했다. 기업가치 산정(벨류에이션) 등이 개선됐다는 게 EY의 분석이다. 일본, 유럽, 중동 시장에서 IPO 이후 주가가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미국, 아세안(ASEAN), 인도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올해 글로벌 IPO 시장에는 사모펀드(PE)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10개 기업이 PE 펀딩을 받아 상장했고, 이 중 5개 기업은 글로벌 IPO 상위 10위에 포함돼 IPO 시장에서 PE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EY는 분석했다.
박정익 EY한영 감사부문 마켓 본부장은 “최근 금리환경 속에서 검증된 수익성을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선호도 변화로 IPO 후보 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전에 유연성을 갖추고 적절한 전략과 시기를 판단해 IPO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주요 국가에서 치러질 선거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어 IPO 준비 기업들은 선거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특정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려해 IPO 계획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