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서울 핵심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내년 4월26일까지로 1년 연장됐다. 이들 지역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신고가가 속출하자 투기 수요를 우려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부터 3년째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를 차단한 탓에 거래량이 여전히 저조해 4개 지역의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성동구 성수동1·2가 전략정비구역(1∼4구역),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총 4곳(4.58㎢)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오는 26일까지였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내년 4월 25일로 연장됐다. 서울시는 “투기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개발 기대가 높은 지역에서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투기 수요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도 “집값은 더 내려가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을 일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1979년 처음 도입한 제도다. 이 구역에서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 취득 후 2년 동안 실거주 의무가 있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하다. 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자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이내에 모두 팔아야한다. 잔금 납부일도 3개월 내로 제한된다. 4개 구역이 처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건 2021년 4월이다. 이후로 2번 연속 재지정되면서 4년째 갭투자가 묶이게 됐다.
서울시는 압구정 등 4개 구역에 투기수요가 대거 유입돼 집값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들 구역은 서울시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인 신속통합기획 자문 등을 통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여의도한양 전용 109㎡는 지난달 20일 22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여의도삼부 전용 77㎡는 지난달 7일 신고가인 23억원에 손바뀜했다. 작년 2월(17억원)보다 6억원 오른 가격이다. 여의도광장 전용 116㎡도 지난달 8일 24억9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양은 신속통합기획을 거쳐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됐다.
압구정동에서도 신현대(현대 9·11·12차) 전용 108㎡와 전용 152㎡, 전용 182㎡가 지난달 일제히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현대1·2차에선 전용 196㎡가 지난 2월 최고가인 80억원에 손바뀜했다. 작년 10월(67억원)보다 13억원 올랐다. 신현대가 속한 2구역과 현대1·2차가 속한 3구역 모두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도 지난달 셋째 주 보합으로 돌아선 뒤 이달 둘째(지난 8일) 주까지 3주 연속 올랐다. 한 도시계획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비 갈등으로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며 “이럴 땐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