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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경고' 무시했다가…"다 죽게 생겼다" 초유의 위기 [공멸 위기의 석유화학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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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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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4월 17일 08: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근간으로 하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이 석유화학 설비를 증설하고, 자국 내에서 싼값에 석유화학 제품을 자급하기 시작하면서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발(發) 공급 과잉 '경보음'을 무시한 대가를 결국 치르게 된 셈이다.

    과거에도 유가가 치솟으면 석유화학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주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의 굴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는 국내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별다른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주요 석유화학기업 간 '빅딜'을 주선하는 등 하루빨리 교통 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마지노선까지 떨어진 NCC 공장 가동률
    17일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지난해 NCC 평균 가동률은 74.0%에 그쳤다. 2021년 93.1%에 달했던 가동률은 2년 연속 하락해 7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6개월여간 여수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평균 가동률은 75.9%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선 가동률 70%를 공장 가동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본다. 지금보다 가동률이 더 떨어지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지금의 가동률도 적자를 내며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번달 나프타 평균 가격은 톤당 717달러다. 나프타를 원료로 NCC를 통해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초 원료인 에틸렌은 톤당 9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산업의 업황을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일반적으로 에틸렌 스프레드가 300달러 이상일 때 NCC 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본다.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는 183달러다. NCC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여파로 유가가 더 오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떨어지고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등 돌리자 무너진 석화산업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맞닥뜨린 위기는 중국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 생산한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자국 기업 육성에 성공해 공급을 내재화하고 한국으로부터 석유화학제품 수입을 줄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손실로 되돌아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9년 1801만톤에 달하던 한국의 석유화학제품 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1470만톤으로 18.4% 급감했다. 중국 대신 인도와 미국, 베트남 등으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긴 했지만 중국이 수입 물량을 줄인 여파로 한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은 2019년 3797만톤에서 지난해 3677만톤으로 줄었다. 2010년대 초반 50%를 웃돌던 한국의 석유화학제품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40%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2019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공장 설비를 증설하고, 자급률을 높여왔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이미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에서의 생산량을 자국에서 소화하고 남은 물량은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한다. 더 이상 한국에서 석유화학제품을 수입할 이유가 없다.
    호황기 때 증설한 게 패착
    공급 과잉 우려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빅3'가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최고의 호황을 맞은 2017년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에틸렌 생산국에서 증설 경쟁이 이어지면서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은 이런 경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증설 경쟁에 동참했다. LG화학은 이듬해부터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여수 NCC 2공장 증설에 돌입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에틸렌 공장 생산량을 연간 20만톤 늘리는 증설을 단행했다. 이 때 확대한 생산 설비는 이들 기업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됐다.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석유화학기업들의 위기 징후는 2015년에도 있었다.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 일부 품목을 중국이 대거 내재화하기 시작하면서다. 정부 차원에서 석유화학기업들의 산업 구조조정을 유도했지만 이후 2~3년간 업황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자 흐지부지됐다.

    이런 위기를 겪고도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지 않았다. 에틸렌 등 범용화학 제품들은 가격이 싸고, 마진율이 높지 않고, 기술력 격차도 크지 않아 언젠가는 중국과 동남아 등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게을리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는 10년 전부터 시작됐다"며 "10년 전 울린 경고음을 무시한 게 지금의 NCC 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행진 이어가는 석화기업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47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도 11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5조원을 투입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공급 과잉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범용 석유화확 제품 생산기지를 더욱 확대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잘못된 방향으로 마차가 굴러가는 데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롯데그룹 전체적으로도 유통과 건설이 부진하면서 화학 산업까지 포기할 순 없는 만큼 손실을 내더라도 계속 버티는 전략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외에 배터리와 생명과학, 첨단소재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일찌감치 진행해 롯데케미칼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아픈 손가락인 점은 마찬가지다.

    DL그룹과 한화그룹의 합작사인 여천NCC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에 에틸렌 등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회사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천NCC는 지난해 1953억원의 영업적자와 240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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