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지속된 건설사의 ‘줄도산’ 공포가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을 중심으로 쌓이고 있는 미분양 주택과 고공행진 중인 공사비는 건설업계의 자금 부담을 가중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진행형이다. 총선 이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5년 감면 등 정부·여당의 파격적인 지원책을 기다리던 건설업계에서는 규제 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건설업행정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부도 건설사는 9곳으로, 지난해(21곳)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건설사 부도는 2020년 24건을 기록한 뒤 2021년 12건, 2022년 14건으로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 악화에 부동산 PF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21건으로 크게 늘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문을 닫은 건설사도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 494곳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28곳)보다 15.42% 늘었다.
지방 건설사의 직접적인 위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분양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1867가구로, 한 달 새 504가구 늘어났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 10가구 중 8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전체 미분양 물량도 2월 기준 6만4874가구로,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늘었다.
공사비 인상 또한 건설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말 기준 153.26으로, 2020년 말(121.80)과 비교하면 3년 새 2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2.3%)의 두 배가 넘는다. 올해 일부 원자재 가격과 달리 인건비와 시멘트 가격 등은 다시 오르며 건설업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PF 관련 정부의 공적 보증 확대 정책에도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여전히 많다. 정부 기조가 PF 사업장 지원에서 정리로 옮겨가면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 건설사 사업 담당은 “정부 대책에도 현장에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건설사가 적지 않다”며 “이달 이후 PF 사업장이 정리 수순에 들어가면 여력이 없는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