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쇼크와 여당의 총선 참패에 따른 밸류업 동력 약화 우려에 11일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지만, 2700선을 지켜냈다. 장초반 급락세가 나타났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대형주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선 덕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80포인트(0.07%) 상승한 2706.96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엔 낙폭이 1.6%까지 커지며 2660대 초반까지 밀렸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데다, 한국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2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오름폭이 0.48%까지 커졌지만, 장 막판 힘이 빠지며 보합권으로 내려앉았다. 개인도 43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를 거들었다. 반면 기관은 1조798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 매수세는 반도체와 자동차 섹터로 집중됐다, 이 덕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SK하이닉스를 제외한 9개 종목이 장초반 하락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는 상승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외국인이 이날 세 번째로 많이 사들인 현대차는 5.70% 상승했다. 네 번째인 기아도 3.43%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6% 상승한 가격으로 마감됐다.
반도체 종목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상승전환했고, SK하이닉스는 1% 미만이던 오름폭을 3.01%로 확대했다. 외국인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한미반도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공정 장비를 마이크론으로부터 수주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반면 NAVER는 2.86%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성장주 성격이 짙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각각 1.24%와 0.99% 빠졌다.
정체 테마주들도 큰 변동성을 보였다. 총선에서 여야를 이끈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연관성이 있다며 테마주 그룹을 형성한 종목들은 대부분 급락세를 보였다. 다만 이 대표와 정책 연관성을 근거로 테마주가 된 이스타코는 장중 상한가를 친 뒤 15.54% 상승해 마감됐다.
총선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머쥔 국민의힘 안철수 당선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관련 테마주들은 장 초반 급등세를 보였지만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코스닥도 낙폭을 크게 줄였다. 전일 대비 1.23포인트(0.14%) 하락한 858.10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저점은 1.37% 할가한 847.54였다.
이 시장에서는 821억원어치를 사며 지수를 방어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528억원어치와 249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체로 상승했다.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개선된 가운데 이오테크닉스와 리노공업이 각각 2% 내외로 올랐다. 다만 HPSP는 4% 넘게 빠졌다.
에코프로비엠은 1%대 상승한 반면, HLB는 1%대 중반의 낙폭을 기록했다.
환율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크게 올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19원(0.68%) 상승한 달러당 136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