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탈출구'로 여겨졌던 유튜브는 누구나 도전할 수는 있지만, 롱런하기는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발표한 '2023년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유튜버의 비율은 64.9%로 나왔다. 2021년(73.2%), 2022년(72.3%)과 비교하면 2년 새 10%P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시장에서 3년 넘게 생존한 이가 있다. 10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며 얻은 노하우를 브이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취업 강의와 스타트업 브랜딩 컨설팅도 한다. 유튜브를 통해 최대 월급의 2배까지도 벌고 있는 그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분간 '화장품을 좋아하는 코덕 직장인'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 참새봄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저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참새봄(닉네임·32)입니다. 10년째 화장품 개발을 하면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 업계에서만 일하고는 있지만 이직은 참 많이 했어요. 지금 회사가 5번째로 프로이직러이기도 하죠. (웃음) 저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채널도 운영하고, 화장품 스타트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경력이 벌써 10년 차라니 놀랍습니다.
"대학에서 어문 계열을 전공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어요. 당시 K뷰티로 한창 관련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였어요. 평소 꾸미고 치장하는 것을 좋아해 화장품 회사에 들어가려고 했죠.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을 준비했지만 실패했어요. 눈을 낮춰 우선 경력을 쌓아보자는 생각에 작은 회사에 들어갔죠."
Q. 중소기업에 들어가셨군요.
"그것보다 더 열악했어요. 원래 패션 회사였는 데 화장품 사업에 처음 진출한 곳이었죠. 회사에 시스템 자체가 없었어요. 3년간 맨땅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배웠어요. 입사 초부터 대리 업무까지 해야 했죠. 일반 회사에서는 조직이 갖춰져 있고 부서마다 권한이 명확하잖아요. 일을 잘한다고 타 부서의 일까지 할 수 없었는데, 저는 어쩌다 A~Z까지 전부 도맡게 된 거죠. (웃음) 당시 오로지 책임자가 저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일 생각뿐이었어요. 워라밸 구분 없이 일했죠. 주위에서는 '왜 이렇게 너의 회사처럼 일하냐, 그런다고 월급 더 주냐?'는 말도 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Q. 어쩌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됐나요.
"5년 차에 슬럼프가 왔어요. 직전 회사에서는 고객에게 파는 B2C를 했었는데, 이직하면서 피부과나 의료기관에서 파는 화장품을 만드는 B2B 직무를 맡게 됐죠. 시장이 폐쇄적이다 보니 제품이 팔려도 노출도 안 되고 후기도 없었어요. 고객 반응이 없으니 일에 흥미를 잃었죠. 열정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19년부터 채널을 시작했습니다."
Q. 콘셉트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날 것 그대로의 직장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말이면 분위기 좋은 곳을 가거나 좋은 음식을 먹는 꾸며진 방송이 아니라, 야근에 찌들어 있고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통해 공감을 사고 싶었어요. 일하면서 즐거울 때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때로는 욕이 나오는 상황도 있죠. 가볍게 올린 영상들이 통했던 것 같아요."
Q. 생각보다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수익 창출까지 꽤 오래 걸렸어요. 3년 차까지 수익이 0원이었지만 멈추지 않았죠. 물론 자기만족으로 성취감은 있었어요. 처음부터 수익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그 시기를 버티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주위 시선에 대한 것도 넘어야 할 산이었어요. 직장인 브이로그의 배경은 회사 생활이 80%입니다. 대부분 내규상 촬영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일 겁니다. '딴짓한다는 인상'이 뿌리 깊기 때문이죠. 그러한 인식을 지우기 위해 남들보다 출근도 일찍 하고 일도 더 오래 해요. 일에 지장을 안 주는 이미지를 위해서였기도 하고, 실제로 일하는 저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니 성과도 잘 나왔죠. 시너지가 잘 맞았습니다. (웃음)"
Q.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화장품 회사에 다니면서 직무 전문성을 어필했어요. 그러다 <아무튼 출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섭외가 왔죠. 업계에서 미디어에 노출이 된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차츰 이름을 알리다 보니 광고 출연도 하고 다른 매체에서 섭외가 들어왔죠. 성공 노하우를 굳이 꼽자면, 꿋꿋하게 한길만 팠던 점입니다. 본업도 10년째 하면서 전문성을 갖췄고, 사이드 프로젝트인 유튜브 채널도 한가지 컨셉만 팠던 것이 통했어요.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고 패션을 올리거나, 먹방을 찍지는 않았거든요.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았던 것이 통했죠. (웃음)"
Q.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화장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브랜딩부터 제품 기획과 출시까지 전반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생 업체가 만드는 제품의 경우 신뢰성 확보가 중요해요. 관련 업계에서 10년째 꾸준히 일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채널을 통해 노출하면서 구독자와 신뢰를 쌓았죠. 개인의 퍼스널 브랜딩이 제품의 브랜딩으로 자연스럽게 연계시키고 있습니다. 개인의 신뢰가 결국 제품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나라는 브랜딩을 만들어 놓으니, 굳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다른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직접 만든 제품을 채널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도 가능하죠. 제품 출시 후 3개월 만에 올리브영에서 입점 제의를 받은 이유죠."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가장 많이 벌었던 적은 월급보다 2배 정도 벌었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조회수에 따라 변동성이 큰 편이죠. 수익이 0원이어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투자 비용이 0원이었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노트북으로 편집했으니까요. 만약 초기에 투자를 많이 했더라면, 원금 생각 때문에 그만뒀겠죠. 일이 아니라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한 것도 중요했어요. 촬영과 편집으로 나를 기록하는 '돈 안 드는 취미' 였죠. 이제는 돈도 벌 수 있으니 롱런할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Q. 방송의 타깃층은 어떻게 되시나요.
"10~30대까지 다양해요. 보통 화장품 업계에 취업하고 싶은 학생분들이 많죠. 어느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입사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미지의 세계잖아요. 10년간 회사 5곳을 다니면서 겪었던 경험을 설명해주면서 취업 강의도 하고 있어요. 꿈과 환상보다는 현실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메일이나 인스타그램 메시지(DM)를 통해 동네 언니처럼 상담도 하고 있죠."
Q.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면서 어떤 고충이 있나요.
"경기를 많이 타다 보니 변동성이 큰 산업입니다. 소비재 중에서 가장 월급이 적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죠. 업무 강도 대비 연봉이 굉장히 낮아요. 돈을 바라보고 들어오면 정말 힘들어요."
Q. 어떻게 업계에서 버틸 수 있었나요.
"뷰티 산업은 크게 2가지 기회가 있어요. 첫 번째는 나라는 개인 브랜드를 만들기 쉽다는 것입니다. 유튜브나 미디어를 통해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확장할 수 있죠. 전문성을 쌓으면 인플루언서로 활동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창업입니다. 화장품은 다른 업종보다 창업 비용이 굉장히 저렴합니다. 한국의 화장품 주문 제작(ODM)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산업의 이해도만 있다면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혼자서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죠. 웬만한 직장인 연봉 정도 금액으로도 시작이 가능한 이유는 제품 원가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패션은 사이즈나 컬러별로 만들어야 해서 재고 관리가 어려워요. 화장품은 단일 품목으로도 론칭이 가능하죠."
Q.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직장인들이 8~9년 차가 되면 몸이 무거워진다고 하잖아요. 연봉이 높아지면 이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저도 갈림길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기업에 들어가 정년까지 다닐지, 새로운 조직에서 일할지를요. 대기업에 다녔다면 업무강도도 강해 유튜브는 꿈도 못 꿨을 거예요. 당장의 돈보다는 작은 조직에서 일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을 택했죠.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금전적인 고민도 함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됐죠."
Q. 언젠가 회사를 차릴 생각이신가요.
"아뇨, 저는 '화장품을 좋아하는 코덕 직장인'으로 남고 싶어요. 일하다 보니 언젠가 회사를 차릴 수도 있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이 저에게는 중요해요. 직장은 제게 소중한 의미를 줍니다. 따박따박 월급도 주는 데다 직장 내에서 자아 성취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기 때문이죠. 유튜브 채널이 잘 돼도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당분간은 대표 대신, 직장인으로 남을 생각입니다. (웃음)"
경제적 자유를 찾는 '프로 N잡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책 <나는 회사 밖에서 월급보다 많이 법니다>는 서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생 재부팅에 성공한 이들의 재테크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재+부팅>은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