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서 여성으로 성(性)을 전환한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이 미국 대학 간 경기에서 금지된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대학선수협회(NAIA)는 성전환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대학선수협회는 미국 대학 간 운동 경기를 주관한다.
보도에 따르면 NAIA 회장단은 이날 개최한 연례 협의회에서 새 학기가 시작하는 오는 8월 1일부터는 생물학적 성이 여성이며 남성으로 성을 전환하기 위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학생만 대학 간 여성 경기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NAIA는 미국 241개 대학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이들 대학은 대부분 사립이고, 규모도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NAIA의 이번 결정에 대해 훨씬 규모와 영향력이 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성전환자 권리 옹호 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동성애자들의 스포츠 참여를 옹호해온 사회 활동가 애나 베스는 "NAIA의 결정은 NCAA가 같은 조치를 해도 되는 자유가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그런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NCAA는 성전환 선수의 출전은 각 스포츠 종목을 주관하는 국제 협회의 지침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NCAA는 포용성을 주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경기에 성전환 선수의 참여를 금지한 주(州)에서는 챔피언십 경기를 개최하지 말라는 요구를 수용하지도 않아 왔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선수들이 여성 경기에 출전하는 건 미국 내에서도 첨예한 사회 갈등을 빚고 있다. 성전환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와 정치인들은 생물학적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성전환 여성이 같은 경기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인 색을 제외하고도 트랜스젠더 선수가 '시스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 선수와 대회에서 경쟁하는 것이 공정한가를 두고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생물학적 성이 여성인 전현직 대학 여성 선수 16명이 NCAA가 성전환 여성의 여성 경기 출전을 금지하고 지금까지 성전환 여성 선수가 받은 상을 재배정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NCAA가 2022년 미국대학선수권 수영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선수 리아 토머스의 여성부 대회 출전을 허용해 여성 선수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교육 과정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인 '타이틀 나인'(Title IX)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AP통신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성전환 선수가 몇 명이나 있는지 집계되지 않았고 소수로 추정되지만 그런데도 매우 민감한 주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24개가 특정 여성 경기에 성전환 여성이 함께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