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법인명 힐링페이퍼)가 엔데믹 후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성형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기 시작한 일본인 이용자들이 성장을 이끌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힐링페이퍼의 지난해 매출은 4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44억원)보다 70%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12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회사는 전년에 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강남언니는 성형이나 보톡스, 피부 시술 등 미용 의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다. 120만 건의 소비자 후기와 5000여 명의 의사를 확보했다. 이용자가 플랫폼 내 병원 정보나 이벤트 페이지를 클릭하면 병원에서 페이지뷰당 50~100원씩 광고료를 받는데, 이게 주된 매출원이다.
지난해 호실적은 일본인 이용자들이 이끌었다. 코로나19로 막혀 있던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면서다. 작년에 강남언니로 한국 병원을 찾은 일본인은 전년보다 12배 늘었다. 가입자 600만 명 중 일본인이 90만 명이다. 외국인도 손쉽게 한국의 성형시술과 가격 정보를 알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병원은 브로커 없이도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
코로나로 침체했던 한국 성형관광 시장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다. 서울 강남역 등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선 수술을 받고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외국인 환자들이 자주 목격된다. 병원들 사이에선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 경쟁이 붙었다. 황조은 힐링페이퍼 대외정책이사는 “한국은 미용 의료 기술 수준이 높고 가격도 저렴한 게 장점”이라며 “K팝 열풍으로 ‘한국인처럼 해달라’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성형관광을 오는 외국인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기존엔 중국인이 많았다면 이젠 일본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에서도 한국의 미용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다.
잠시 소강상태인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성형외과들은 강남언니에 수술 종류별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각 병원의 쌍꺼풀 수술 비용을 공개하고 이용자가 가장 저렴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도 가격 공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협은 “가격이 의료 서비스의 기준이 되면 안 된다”며 해당 기능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선 비급여 진료의 가격 표시 광고를 금지하는 ‘강남언니 금지법’(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