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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장 전망 여전히 긍정적…인플레 받아들일 만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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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매그니피센트7’의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밝혔다. 1년7개월 전인 2022년 8월 ‘시장에 머물라’며 정보기술(IT) 종목을 추천한 것과 상반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낙관론이 팽배한 상황이지만 그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합리적인 수익률을 달성하면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며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을 넘어서는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는 낙폭이 큰 상업용 부동산 관련주를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들 종목도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통적인 지혜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이 두려워 못하는 것을 기꺼이 시도하는 것이 위대한 투자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세계적 대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메일로 진행했다.

▷지난 인터뷰에서 ‘조정받고 있던 시장에 머물라’고 조언했습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S&P500지수가 20% 넘게 올랐습니다. 현 미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미국 경제는 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들을 크게 앞서고 있죠. 일자리 증가세도 강하고, 실질임금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어 올해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번에는 정보기술(IT) 관련주 투자를 권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IT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시장의 외면으로 주가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당시와 좀 다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7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투자자의 기대를 계속 충족시키거나 초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지난 인터뷰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4.5배 오른 것을 비롯해 메타는 3배, MS는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아마존도 같은 기간 29.1% 올랐다. 최근 루벤스타인이 경고한 조정의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 시장에서 관심을 둘 만한 종목은 무엇인가요.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봅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평가된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2022년 3월부터 Fed가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쿠시먼&웨이크필드(-35.3%) 등 부동산 개발사들의 주가는 2022년 인터뷰 당시와 비교했을 때 크게 하락했다.

▷미국 대선도 투자자에게는 관심사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8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누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으로선 다음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말고는 예측하기 너무 이르죠. 두 후보의 외교정책, 경제정책 등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누가 되든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다른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사건이 투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이미 벌어진 사건들은 현재 자산 가격에 반영돼 있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현재 알려지지 않았거나 예상되지 않는 것들이죠. 이런 사건의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하긴 정말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외에 다른 나라를 침공할까요? 아무도 알 수 없죠.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선 낙관적 입장입니다. 미국과의 좋은 관계도 이어질 것입니다. 다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 시장과 달리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에 투자한다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유동성을 갖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 성과에 대한 핵심적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비슷한 자산과 비교할 때 가격이 저렴한지도 잘 살펴야 합니다.”

▷저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좇지 말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좇아서는 안 됩니다. 그런 수익률은 매우 드뭅니다. 비현실적인 수익을 기대하면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되고, 결국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또 합리적인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 빠져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을 훨씬 넘어서는 투자를 계속 보유하는 것은 탐욕입니다.”

▷직접 투자 대신 펀드 등에 간접 투자하는 투자자도 많습니다.

“투자하는 영역과 운용사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하나의 회사, 분야에 ‘올인’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동안 훌륭한 실적을 낸 회사인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수수료는 합리적인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산을 맡길 회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성공하는 투자자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통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단호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죠. 또 투자할 때 디테일에 엄청난 주의를 기울입니다. 경제가 성장할 것인가, 이자율이 오를 것인가 이런 큰 그림보다는 투자에서 알아야 하는 모든 정보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입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1987년 칼라일펀드 공동창업…블룸버그TV서 경제쇼 진행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1949년 미국 볼티모어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듀크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1970년대 초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헌법 수정 소위원회 수석변호사,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내 정책 담당 부보좌관 등을 지내며 정치권에서도 인맥을 쌓았다. 카터 전 대통령이 재임에 실패하며 변호사로 복귀했다.

1987년 윌리엄 콘웨이, 대니얼 대니얼로 등과 함께 사모펀드 칼라일을 설립했다. 루벤스타인회장은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칼라일을 설립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예측’”이라고 자평했다. 당시 500만달러를 모아 시작한 칼라일은 운용 규모가 4260억달러(2023년 말 기준)로 커졌다. 블랙스톤, KKR 등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로 꼽힌다.

2011년 칼라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칼라일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블룸버그TV에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쇼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타이탄의 지혜들> 등이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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