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없습니다. 다른 병원에 연락해주세요.”
지난 5일 오전 기자가 찾은 대전 서구 충청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조용하던 상황실에 출혈이 멈추지 않는 10대 환자의 전원 요청이 들어왔다. 응급구조사 정모씨는 재빨리 환자 상태와 응급 처치 여부를 확인한 뒤 인근 병원으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시간 동안 정씨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은 말은 “우리 병원은 여력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정씨는 거절 응답을 받은 지 한 시간여 만에 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충남 서산의료원에 실려 왔던 이 중학생 환자는 결국 80㎞ 넘게 떨어진 경기 오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씨는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 이후 전원 성공까지 최대 두 시간씩 걸린다”며 “환자 생명과 직결된 일이다 보니 시간이 지체될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토로했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의사가 없어 진료가 불가능한 응급실에서 환자 전원 요청이 오면 여력이 있는 병원을 찾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충청권 상황실은 수도권·전라권·경상권 상황실과 함께 이달 1일 문을 열었다. 전공의 집단이탈 때문에 기존 계획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 열었지만, 전공의 공백에 대응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토로다. 상황실 관계자는 “다른 권역 병원까지 포함해 전화 30통을 두 시간 동안 돌려야 겨우 전원에 성공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실의 전언대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대형병원의 응급진료 시스템은 점차 마비되고 있다. 이달 4일 기준 산부인과, 안과 등 중증응급질환에 대해 ‘진료 제한’ 표시를 내건 기관은 전체 43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15곳에 달했다. 한 달 전 10곳보다 5곳 늘어난 것이다.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아 재이송된 ‘뺑뺑이’ 사례도 늘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119구급대 재이송 건수는 하루평균 16.2건으로 집단행동 직전인 평균 5.2건의 세 배가 넘는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충청권에서는 전원 매칭이 더욱 어렵다. 2022년 기준 전국 98곳 응급의료취약지 중 충북·충남 지역이 19곳(19.3%)이었다.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2월 19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충청 지역에서 병원 이송을 거부당해 사망한 환자도 세 명이 나왔다.
대전=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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