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간 격차 줄이겠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사회연대임금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젊은이들이 지역 기업과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임금과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스스로 자제하고, 중소기업이 임금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조 대표는 “대기업이 임금을 낮추면 정부가 그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며 “(북유럽 등에서는) 이렇게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노조가 큰 타결을 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2000년대부터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스웨덴식 연대임금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연대임금제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며 논의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스웨덴에서 부작용 속출했는데…
전문가 사이에선 “한국과 노동시장 구조가 다른 스웨덴에서조차 실패한 연대임금제를 도입하자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스웨덴은 스웨덴 노총 주도로 1956년 연대임금제를 도입했다. 당시 스웨덴은 동일 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전체에 대해 임금 및 노동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집중식 산별노조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는 불과 27년 뒤인 1983년 막을 내렸다. 중소기업들이 노동 비용 상승을 감내하지 못해 도산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도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높은 건 강력한 정규직 노조가 연공급 등 기존 임금체계를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지자 “책상물림 발상”
조국혁신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0~31일 시행한 연합뉴스·메트릭스 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연령별로는 40대(38%),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31%)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연대임금제 공약 발표 직후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을 ‘30대 대기업에 근무하는 월급쟁이’라고 소개한 한 지지자는 “여기서 더 월급을 줄인다면 취미활동, 아이들 교육,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꿈조차 꾸지 못한다”며 “왜 하향 평준화하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다른 지지자는 “조 대표께서 현실을 모르는 책상물림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조국식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용인 유세에서 “자기들은 쏙쏙 빼먹고 부자 될 테니, 법 지키며 사는 시민들은 그냥 월급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