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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셋값 상한제'에 고가 월세로 내몰리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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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의 투룸 빌라 월세가 120만원을 넘습니다. ‘탈서울’해 경기도로 옮겨야 하나 고민입니다.”

올해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K씨의 하소연이다. 이 직장인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2022년 불어닥친 전세사기 사태 이후 연립·다세대주택 등 빌라 시장이 초토화되면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던 ‘빌라살이’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걸 막겠다며 도입한 ‘126% 룰’이 빌라 초토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126% 룰’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기존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강화한 것이다. 그동안 전세보증 가입이 워낙 쉽다 보니 빌라 시장에서 ‘깡통전세’가 만연했고, 이로 인해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126% 룰’이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우려 때문에 수요자가 HUG 보증을 받는 전세 물건만 고르고 있기 때문이다. 126% 규제가 사실상 전셋값 통제 효과를 내게 된 것이다. HUG 보증액을 넘어서는 가격으로는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다 보니 빌라 집주인은 기존보다 전셋값을 수천만원 내리는 대신 차액을 월세로 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비(非)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70.7%로 집계됐다. 2022년 2월만 해도 월세 비율이 54.6%였는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고 있는 셈이다. 주거 비용도 뛰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신축(5년 이내) 빌라의 평균 월세는 101만5000원(보증금 1000만원, 전용 33㎡ 이하 기준)으로 나타났다. 전세로 빌라에 거주하면서 아파트 구입 종잣돈을 마련하겠다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빌라 공시가가 낮아지면서 전셋값(HUG 보증액)은 더 내려가게 된다. 빌라 공급 자체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수도권 빌라 착공 실적은 작년 2월 1061가구에서 올해 2월 648가구로 39% 급감했다. 안 그래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급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빌라 착공이 아예 ‘제로(0)’인 지역도 수두룩하다.

강제 역전세(이전 계약보다 전셋값 하락)에 처한 빌라 임대인도 울상이다. 업계에선 주거 사다리 복원 차원에서라도 126% 규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HUG 반환보증의 기준을 공시가가 아니라 시세에 연동하는 대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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