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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와의 전쟁' 인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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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드는 듯하던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3%대를 찍으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2%)에서 더 멀어졌다. 사과, 배 등 과일 가격 급등세가 이어진 데다 고유가까지 겹친 결과다.

정부는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중동 지역 확전 위기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5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 하반기엔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달러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 경제의 호황과 고물가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350원 안팎을 넘나들며 수입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동안 눌러놓은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이 총선 이후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여야가 총선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낸 돈풀기 공약은 나중에 ‘물가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같은 현금 살포는 모르핀 주사나 마찬가지다. 당장엔 고통을 덜어줄지 몰라도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켜 서민 부담을 늘릴 게 뻔하다. 한국은행은 올초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마지막 단계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확실히 잡히기 전에 섣불리 재정·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때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쌓인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다. 행정지도나 부가가치세 일시 감면 같은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 대외변수가 어떻게 작동하든, 물가안정 시책의 성패는 경쟁 활성화와 기득권 장벽 혁파를 위한 노력에 달려 있다. 가격과 비용을 낮추는 혁신도 시장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이 경쟁을 벌여 배달료가 낮아지는 건 시사적이다. 필요하다면 수입 규제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 사과값이 1년에 두 배 가까이 뛰는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수입에 소극적인 건 납득하기 어렵다. 물가와의 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다.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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