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중반 무렵부터다. 회사가 세워진 지 9년이 흐른 뒤였다. 그간 상당한 개발비를 투입해 로드스터라는 전기 스포츠카를 내놨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전기차에 대한 회의론이 짙어지는 가운데 2012년 출시한 고급 세단 모델S가 흐름을 바꿔놓았다.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혁신적 기술을 선보여 “전기차는 사기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을 날려버렸다.
주식시장도 뜨겁게 반응했다. 2010년 나스닥시장 상장 이후 1~2달러(5 대 1 액면분할 이후 기준)에 머물던 주가는 2012년 중반부터 뛰기 시작해 2014년 중반 20달러 근처까지 올랐다. 이때가 1차 상승기다. 2차 상승기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1년 하반기까지다. 주가는 20달러 안팎에서 414달러까지 치솟았다. 모델X, 모델3, 모델Y 등 차종을 다양화해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2019년 흑자로 돌아선 덕이 컸다. 시가총액은 1조2000억달러에 달했다. 테슬라의 질주는 ‘괴짜’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차체와 배터리를 한 곳에서 생산하는 기가팩토리로 효율을 높였다. 스페이스X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을 쏘아 올렸으며 화성으로 인류를 이주시키는 도전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잠재성에도 일찍 눈을 떠 오픈AI를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요즘은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이 많다. 주가는 고점 대비 60% 떨어졌으며 시총은 5580억달러로 줄었다.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가운데 값싼 중국산 전기차마저 쏟아지고 있는 여파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을 끝낼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를 추종하는 테슬람들은 여전히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주가 하락에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고 거침없는 머스크의 입이 잦은 논란을 야기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온 그동안의 여정에 비춰볼 때 결코 간단히 주저앉을 기업은 아니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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