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고수해온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규모 '2000명'에서 2000이라는 숫자가 역술인 천공의 본명인 '이천공'에서 비롯됐다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까지 음모론을 퍼트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친야(親野)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 정부가 숫자 2000에 집착하는 것 같다' 등 제목으로 이런 내용의 음모론을 담은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클리앙'에 이 글을 쓴 한 작성자는 "천공 스승이라는 인간 이름이 이천공이란다. 원희룡이 이천수랑 계속 같이 다니는 이유도 설마…"라고 했다. '윤석열의 2000 게이트'라고 명명한 이도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정책이나 행사 등에 유독 2000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런 음모론을 펴고 있었다. 최근 정부가 6급 이하 실무직 국가공무원 2000명의 직급을 올리기로 한 것, 윤 대통령이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을 한 무료 급식소에 쌀 2000kg을 후원한 것부터 지난해 한미 정상이 이공계 분야 청년 인재를 2000명씩 교류한 것 등을 엮었다.
이런 음모론은 온라인 가십 정도로 그치지 않고 현역 국회의원의 손을 탔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왜 꼭 2000명이냐. 1800명이면 의료 개혁이 실패하고 2000명이어야 성공하냐. 이번에는 손바닥에 2000이라는 숫자라도 쓰고 있는 거냐"며 "원희룡 후보를 따라다니는 이천수도 그렇고 작년 말부터 나온 2000이라는 숫자를 보고 다들 제기하는 음모론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절체절명 한 일에 또다시 '주술'의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먹구름"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이 글에 한 네티즌은 댓글을 달고 "무속 프레임은 국민 호도다. 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비판해달라"며 "이건 세월호 사건을 소신공양으로 몰고 가던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의 과도한 욕심으로 사고가 났고 잘못된 대처로 생떼 같은 아이들이 희생됐는데 그것을 무속 프레임으로 만들어 국민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미신적인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을 향한 야권의 주술 의혹 제기는 대선후보 시절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0월에는 방송 토론회에 왼쪽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나온 게 문제가 됐고, 2022년 12월에는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손바닥 논란 당시 "동네 할머니가 써준 것"이라고 설명했고, 경찰은 관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여권 관계자는 "저급한 음모론에 국회의원까지 가세해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