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칭찬하지 않아야 합니다.”
책 ‘미움 받을 용기’ 저자인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주장에 장내가 술렁였다. ‘그럼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나’라고 한 참석자가 되묻자, 기시미 작가는 “직원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평소 ‘고맙다’라는 감사의 표현을 자주 하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참석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21일 강원도 정선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아주그룹 경영진 철학 수업(아주펀더멘털코스)에서 나온 장면이다. 아주그룹은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아주IB투자뿐 아니라 건자재와 호텔 등을 계열사로 둔 중견기업이다. 1박 2일로 진행된 이번 교육에서는 계열사 임원 30명이 참석했다. 기시미 작가 외에도 김형철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연사로 나와 임원진과 질문을 주고받았다. 아주 관계자는 “국내외 철학자들과 만나 주체적인 삶을 사는데 필요한 질문들에 답을 찾고, 명상 체험을 통해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될 준비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아주그룹은 2018년부터 2박3일 철학 수업을 사내 기업문화 교육과정에 도입했다. 이후 연 2~4회 빠짐없이 열린다. 기업이 건자재에서 출발한 까닭에 다소 거칠고 수직적인 문화가 있었는데, 이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또, 철학적 접근을 통해 임직원 스스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1박 2일 교육 과정에는 세 차례 철학 수업뿐 아니라 명상 수업도 진행된다. 시행 6년이 흐른 현재 사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한 참석자는 “맛있는 한 끼 식사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더 풍성해질 수 있는 좋은 밥을 차려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주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일뿐 아니라 삶에서도 행복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