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면서도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는 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의료계와의 논의 결과에 따라 증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2000명 증원을 고수해온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발언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행동은 벌써 7주째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이나 수업 거부로 동조하고 있다. 그사이 대형병원에선 수술과 진료가 축소·지연되면서 환자와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충북 보은의 물웅덩이에서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11개 대학병원에서 전원을 거부해 사망하는 비극적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공의 파업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열악한 지역의료의 실상과 의료 개혁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국민들도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지 몰라도, 증원 필요성 자체에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요지부동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통령 담화에 대해 “정부의 이전 발표 내용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논평했고,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예상했던 대로 물러섬이 없다”고 썼다.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담화문이었다”고 했다.
의사들이 ‘증원 철회’만 외치며 대화를 거부하면 국민들의 눈에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대화의 실마리를 찾고 의료 현장의 혼란을 하루빨리 끝내야 할 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나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대화를 제안했다. 의사들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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