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폭스는 지난주 미국 LA 팔로스 베르데스CC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대회장에서 만난 66세의 자원봉사자다. 그는 “이번이 자원봉사자로 나선 21번째 골프대회”라며 비표를 자랑스레 들어보였다.
그가 처음 골프대회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은 현업에서 은퇴한 직후인 2012년, 리비에라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LA오픈(지금의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었다. 처음에는 갤러리로 갔다가 직장 동료의 소개로 자원봉사자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LA 근방에서는 PGA투어 1개, LPGA투어 2개 대회가 열리는데, 거의 모든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참여한 곳은 리비에라CC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2012년 이후 지난 2월까지 매해 참가했다.
자원봉사자는 미국 프로 골프대회를 받치는 커다란 힘이다. 통상 대회당 2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다. 마샬, 점수관리부터 티켓 박스 관리, 샷 랜딩 지점 확인, 갤러리 안내와 통제, 주차까지 대회장 구석구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PGA투어 WM 피닉스 오픈에는 무려 32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운영을 함께 한다.
자원봉사자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톱클래스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폭스는 “선수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악수를 청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지정된 그룹을 쫓아다니며 스코어를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필자가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이번에 한국 선수 중 신지애와 이미향 그룹을 담당했었다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미국 대회의 자원봉사자들은 대회를 무료로 구경할 수 있는 것 외에 특별하게 누리는 혜택이 없다. 할인된 가격이긴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대회 기간동안 입을 옷과 모자를 직접 돈을 주고 사야한다. 마스터스나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등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추첨을 통해 대회 후 코스에서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 골프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은 골프를 즐기면서도,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축제에 기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프로 골프대회는 해당 지역의 큰 스포츠 축제가 된다. 타이틀 스폰서뿐 아니라 크고 작은 지역 업체들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지역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로서 대회에 참가하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폭스는 “20년 넘게 대회 자원봉사자로 일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골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나서는 이들이야말로 PGA투어와 LPGA투어가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인 셈이다.
강혜원 KLPGA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