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다 보면 강연할 기회가 종종 생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창업 관련 협회부터 학교, 대기업까지 강연을 요청하는 쪽도 다양하다. 어떤 조직이든 간에 회사 브랜딩과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주제는 공통 난제이기 때문이다. 강연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회사에서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각자 명함을 주고받으며 업계 인맥을 넓히기에도 좋아 보인다. 2020년부터 적게는 월 1회, 많게는 1주일에 한 번 강연을 꾸준히 하고 있다. 어느덧 청중보다 강연자 입장에 익숙해지니 나름 강연자로서 깨달은 점이 생겼다.
먼저, 강연 주최 측의 의도를 가장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 강연 제의를 준 주최 측에 두 가지를 묻는다. 내 강연을 광고나 마케팅 주제로 착각하지 않았는지, 강연 내용이 실무적인 방법론을(이를테면 보도자료 작성법 같은) 알려주기를 기대하는지 두 가지다. 내 경험 분야인 회사 홍보를 마케팅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케팅 강연을 기대한다면 홍보와 마케팅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편이다. 또한 실무적인 방법론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기를 선호하기에 이에 대한 협의도 필수다. 이 두 가지 조건에서 서로 뜻이 맞다면, 강연 전까지 사전 질문을 받아 청중의 기대치도 확인한다.
다음으로 강연 현장에서는 ‘지식 뽐내기’가 아니라 ‘교류’에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의 강연을 들을 때 글자가 많거나 도식이 장황한 장표가 띄워지면 왠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나도 그렇게 찍어둔 사진이 태산이나 다시 꺼내 본 사진은 거의 없다. ‘좋은 강연을 들었다’는 잔상은 암기할 정보를 많이 모아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강연자와 청중이 주고받는 에너지가 클수록 깊게 남는 법이다. 나 역시 강연 초반에는 부담감에 발표 자료 편집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사진 한 장이나 키워드 몇 개를 나열하고서 내 경험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시간이 더욱 풍성한 피드백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내 강연의 최대 수혜자는 나 자신이라는 깨달음이다. 오늘 했던 강연에서 청중 반응이 기대보다 낮았다면 스피치 역량이나 긴장한 태도를 먼저 탓할 게 아니다. 발표 장표의 디자인을 더 수정할 일도 아니다. 바로 내가 나의 이야기에 확신이 있어야만 단 한 명의 청중에게라도 동기 부여, 위로, 응원 따위의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이유와 자신감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내가 나의 일과 태도를 회고하고 이해하는 깊은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강연의 책임감이 축적될수록 나 자신의 성장도 동반된다. 강연자도 나로부터, 청중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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