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테크로 몰리는 투자
3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이블오더 서비스업체 티오더가 시리즈B(사업 확장 단계)에서 300억원의 투자금 유치를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과 LB인베스트먼트는 이달 130억원을 먼저 투자했다. 티오더는 조간만 나머지 170억원의 투자 유치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오프라인 주문 서비스 테이블로를 운영하는 창업인은 지난해 11월 프리 시리즈A(사업화 단계)에서 투자금 23억원을 확보했다. 스파크랩, CJ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테이블 주문, 웨이팅 솔루션 등 음식점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히어도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식당의 다른 인력을 대체하는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서빙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는 최근 LG전자로부터 6000만달러(약 807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다른 서빙로봇 솔루션업체 비-로보틱스는 지난해 11월 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모바일 앱 제작사 치타모바일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는 지난 1월 프리 시리즈A에서 1200만 달러(약 161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애니아이는 햄버거 조리로봇 개발사다. 로봇 기반 주방 자동화 전문 업체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는 지난해 40억원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외식테크 찾는 고객사 증가 이유는?
최근 투자 시장 ‘혹한기’에도 외식테크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리는 건 관련 수요가 급증한 요인이 크다. 티오더는 식당 자리에서 주문을 돕는 태블릿을 올해 매월 1만 대 정도 신규 배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티오더는 태블릿 개당 1만~2만원대의 수수료를 매월 받는다. 베어로보틱스는 올해 1000대 이상의 서빙로봇을 새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니아이는 최근 롯데리아, 테이스티버거, 폴트버거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로부터 햄버거 조리 로봇 주문을 받았다.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는 “현재 500대 공급 계약을 따냈고 연말까지 1000대는 넘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에니아이가 최근 투자를 받은 것도 급증한 시장의 수요에 따라 로봇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음식점 종사자 수가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음식점 평균 근로자 수는 2020년 3.12명에서 2022년 2.96으로 감소했다.
식당에서 외식테크 스타트업을 찾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근 인건비가 크게 올라 비용 부담이 커졌다.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2013년 486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게다가 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더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 부족 인력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5만2493명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3년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1년 이상 영업한 음식점·주점업 사업체 3000곳 중 54.9%는 3년 후에도 직원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대부분 외식테크 스타트업은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 페이히어는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와 첨단 포스(POS) 시스템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에니아이는 미국의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 두 곳과 비밀유지 계약(NDA)을 체결하고 햄버거 제조 로봇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