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엊그제 ‘수능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사설 학원 모의고사 등에 나온 문제와 비슷한 문항이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는 것을 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교육당국은 우선 대형 학원이나 사교육업체에 요청해 모의고사 등 문제지를 일괄 제출받고 향후 문제지 발간 계획도 받아 사전 검증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담당자가 학원 문제집을 임의로 구매해 비교했는데, 앞으로는 구매와 제출 요청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능 문항이 학원 문제와 유사하면 수험생의 이의신청을 받기로 했다. 그동안 문항 오류에 대해서만 이의신청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사교육 연관성’도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다는 것이다. 2022년 9월 대형 입시학원 모의고사에 나온 영어 지문이 두 달 뒤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논란이 되고 감사원 감사까지 받자 내놓은 후속 조치다.
그런데 사설 학원이 자체 개발한 문제지를 교육당국이 무슨 권리로 강제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부도 법적 근거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자칫하면 월권 논란만 부를 수 있다.
전국에 사설 입시학원이 수두룩하고 이들이 만든 문제가 수없이 많을 텐데, 교육당국이 무슨 수로 유사 문제를 다 피해 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수능은 교과 과정에서 출제하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가 적지 않다. 수학은 숫자만 다르고 국어나 영어는 지문이 비슷한 경우도 많다. 게다가 교육부는 올해 수능도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출제진이 학원 문제와 유사한 문항을 피하면서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하면 지엽단말적인 문제를 내거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우려가 있다.
이의신청 확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능은 한두 문제로 당락이 좌우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이의신청이 폭주할 가능성이 높다. 학원 모의고사 문제와 어느 정도 유사해야 사교육 연관성이 높은지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수험생들의 반발과 혼란만 커질 수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어떤 대책이든 너무 지나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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