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짧은 영상)을 딱 10분만 봐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시간이 넘어가면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계속 보게 돼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전도영 군(11)군은 숏폼 시청 시간을 줄이려고 시도했으나 끊기가 어렵다. 그는 "학교 친구들도 숏폼을 많이들 본다. 마음속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봐도 자꾸 그 시간을 넘긴다"고 말했다.
중학생 동생을 둔 이규연 씨(24)도 "동생이 거의 숏폼 중독 수준이다. 영상이 10분을 넘어가면 보지 않는다"면서 "온종일 숏폼을 본다. 밥 먹을 때나 부모님이 옆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상을 본다"고 털어놨다.
숏폼 이용자 23% "이용 시간 조절 어려워"…1위 청소년
19일 업계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유·아동과 청소년 중심으로 과의존 위험군에 빨간불이 켜졌다.숏폼은 이용자 뇌의 도파민을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분비하게 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이용자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뇌의 활성도가 떨어져 기억력과 사고력이 감퇴한다. 숏폼 중독이 마약 중독과 같다고 해 '디지털 마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숏폼은 특히 청소년과 영유아들에게 중독성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숏폼 전체 이용자 중 23%가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는데 연령별로 보면 청소년(36.7%)이 가장 높았고 만3~9세에 해당하는 유·아동(34.7%)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마찬가지로 청소년이 40.1%로 가장 높았고 유·아동이 25%, 만 20~59세 성인 22.7%, 60대 13.5% 순이었다.
2016년 처음 등장한 틱톡의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세계적으로 17억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후 2021년 2월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해 6월에는 유튜브 쇼츠가 국내 출시되며 숏폼 콘텐츠 유행이 확산됐다. 짧은 영상이지만 전체 영상 시간은 더 늘었다. 쇼츠 도입 후 유튜브 MAU는 801억분에서 968억분으로 크게 뛰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숏폼 열풍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자체 숏폼 서비스 '클립'을 출시하고 콘텐츠 노출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엔 네이버 블로그 어플리케이션(앱) 하단에 클립 만들기 버튼이 추가됐다. 블로그 사용자가 제작한 숏폼 콘텐츠는 블로그 앱뿐 아니라 네이버 클립 탭 내 검색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의 다음CIC(사내 독립기업)도 지난달 모바일 다음에 숏폼 탭을 신설했다. 이용자들은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 하는 방법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우측 상단에는 '오늘의 숏' 아이콘을 추가해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네카오 숏폼 노출 영역 확대…우려의 목소리 나와
해외에선 숏폼 시청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용 시간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영상 중독에 취약한 미성년자들의 경우 시청 시간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체 이용약관에 따라 청소년 유해, 저작권 위반 등의 숏폼 콘텐츠에 한해서만 규제하고 있다.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와 플랫폼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숏폼이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며 "유해하다는 이유만으로 금지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숏폼에 노출된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계속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연령대가 어릴수록 자제력이 낮고 숏폼 내 광고를 통한 물품 구매 등 상업행위에 취약한데도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하다"며 "짧은 영상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중독 증세와 함께 집중력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