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는 28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방경만 현 수석부사장(53·사진)을 선임했다. 행동주의 펀드와 IBK기업은행 등 일부 주주 반대에도 내부 출신 인사가 계속해서 KT&G를 이끌게 된 것이다.
KT&G는 이날 대전 신탄진동 KT&G 인재개발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표결 끝에 방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KT&G 사장이 바뀐 건 2015년 백복인 전 사장(59) 취임 이후 9년 만이다. KT&G는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줄곧 내부 출신이 수장을 맡아왔다.
방 사장은 1971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졸업 후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에 입사했다. 이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3월에는 백 전 사장 체제에서 ‘2인자’인 수석부사장에 오르며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떠올랐다.
방 사장은 선임 직후 “회사를 위해 CEO로 헌신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신 주주들과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신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KT&G는 3대 핵심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 그 성장의 과실을 공유함으로써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단단한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탑 티어로의 도약을 위한 차기 경영전략으로는 ‘T·O·P’를 제시했다. 적극적 소통으로 이해관계자 신뢰(Trust)를 제고하고, 근원적(Origin) 경쟁력을 확보하며, 성과와 성장을 위해 글로벌 전문성(Professional)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방 사장이 주주와 소통·신뢰를 강조하고 나선 건 KT&G 경영진 교체를 둘러싼 그간의 잡음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T&G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와 관련해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등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지분 7.11%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인 기업은행도 사외이사 후보를 따로 추천하며 방 사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KT&G 주총은 이들 주주 요구에 따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 후보 3명 중 상위 2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치러졌다. 주주들은 1주당 2개씩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표결에서 방 사장은 8400만표 이상을 얻으며 최다 득표를 했다. KT&G 지분 6.6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방 사장 선임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우리사주조합과 KT&G 복지재단·장학재단·사내복지근로기금 등 사측 우호세력도 방 사장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추정된다.
남은 사외이사 한 자리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에게로 돌아갔다. 손 이사는 2위인 5660만표를 얻었다. KT&G 이사회가 추천한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는 2450만표를 얻는데 그쳐 재선임에 실패했다.
KT&G 이사회에 외부 추천 사외이사가 진입한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당시는 KT&G 경영권을 위협한 헤지펀드 칼 아이칸 측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다만 분리 선출 대상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사측이 추천한 곽상욱 후보가 선임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