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연초까지만해도 '미분양'이 속출했지만,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인데다 '10억 분양가' 아파트가 완판되면서 연쇄적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미분양을 기록했던 아파트의 분양권에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자이 센트럴파크’는 계약 시작 2주 만에 580가구에 대한 모든 계약을 완료했다. 정당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 이후에도 20가구가 미계약 상태로 남았지만, 금새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는 수원에서 주거 선호지역인 영통지구에서 공급됐지만, 분양가가 높아 화제를 모았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0억1540만~10억4030만원에 달했다. 주거선호지역임에도 10억원이 넘는 분양가를 받아줄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지만, 영통구 일대의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의 호응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관계자는 "기존 영통에 거주하면서 갈아타고 싶어했던 수요자들과 광교 세입자에서 넘어오고 싶어하는 수요자,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 등 고른 수요층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가 빠르게 주인을 찾으면서 주변에 미분양으로 남았던 용인시 기흥구 ‘영통역자이프라시엘’가 수혜를 입었다. 472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이 2.14대 1에 그쳤다. 초기 계약률도 저조했다. 하지만 '영통자이 센트럴파크' 보다 낮은 분양가(약 8억6000만원)인 점이 부각되면서 계약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최근 계약률을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파트가 팔려나간 건 광교신도시의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하고 있는데다 전셋값 또한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영통구의 대장아파트인 원천동 '광교 중흥S-클래스'의 가격이 살아난 영향이 크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는 지난 1월 46층이 15억1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상징적인 가격대로 불리는 15억원을 4개월 만에 뚫었다. 전셋값은 8억원을 웃돌면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의동 자연앤힐스테이트의 같은 면적은 이달들어 16층이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10억2000만원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1년여만에 4억6000만원이 오르면서 2021년 7월의 전고점(16억3000만원)에 가까워졌다. 전세시세 또한 8억원을 웃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통지구의 분양가 10억원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 됐다.
덩달아 '삼성의 도시는 수원'이라는 공식을 깬 '매교역 팰루시드'도 미분양이 팔려나가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삼성물산 건설부문, SK 에코플랜트, 코오롱글로벌이 짓는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9억원에 달했다. 삼성물산이 짓는다지만, 주변 아파트의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에 청약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2178가구로 일반에 1234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초기 계약률이 30%대에 불과했고, 잔여가구에 대해 2차까지 계약을 받았음에도 저조한 계약률에 머물렀다. 결국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조건을 변경하면서 제법 팔려나가고 있다. 계약조건도 기존 10%에서 5%로 낮췄다. 1차 계약금을 1000만원으로 먼저내고 나머지 계약금을 한 달 안에 납부하면 되도록 했다. 중도금 4·5·6회차에 대해 무이자를 적용했다.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까지 모든 세대에 전실 제공한다. 다만 기본 분양가에 대해서는 조정을 하지 않았다.
분양 관계자는 "일단 1000만원만 있으면 동·호수를 찍어놓을 수 있다보니 호응이 좋다. 로열동의 로열층들은 많이 나간 편이다"라며 "수원은 올해 입주가 없다보니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신규 분양에 관심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 516가구 모집에 358명만 신청하면서 경쟁률 0.69대 1을 기록했던 '수원성 중흥S-클래스'도 반전을 맞고 있다. 이 아파트는 이후에 미분양을 판매하면서 완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분양권에 웃돈이 붙어 있는 상태다.
인계동의 A 공인중개사는 "연초까지만해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의 준말, 분양권 이하의 거래) 물건이 있었는데, 이제는 웃돈이 못하도 2000만~3000만원은 붙었다"며 "주변 아파트들의 가격이 살아나다보니 분양권 가격도 아무래도 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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