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 ‘화웨이표’ 전기차를 내놓은 데 이어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직접 나선 것이다. 허우진룽 화웨이 디지털에너지 회장은 “1년 안에 중국 340여 개 도시에 초고속 충전기를 10만 대 이상 설치하겠다”며 “길이 있는 곳 어디서나 충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테슬라가 2012년부터 지금껏 전 세계에 설치한 자체 충전기 ‘슈퍼차저’는 5만5000여 대다. 실현이 어려울 것이란 비판에도 화웨이는 ‘차이나 스피드’로 밀어붙이고 있다. 허우 회장은 최근 현지 포럼에서 “이미 2만 대의 초고속 충전기를 운용 중”이라며 “올해 10만 기 설치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곧 1초에 1㎞씩, 마치 주유하는 것처럼 충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기차 충전 산업을 혁신하고 소비자의 ‘주행거리 불안’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잇따라 충전 인프라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행거리를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게 관건이었던 전기차 경쟁의 초점이 ‘충전 편의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정부 보조금 감축이나 비싼 가격보다 충전 불편이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충전 시설을 확대하는 건 물론 초급속 충전 기술을 구현하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리오토, 샤오펑,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화웨이가 설치하고 있는 초급속 충전기는 모두 출력이 600㎾에 이른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 충전기 중 테슬라의 4세대 슈퍼차저와 더불어 가장 출력이 높다. 이 회사가 선전하는 ‘초속 1㎞ 충전’이 현실화하면 80㎾h 배터리를 탑재한 주행거리 600㎞ 전기차는 10분 안에 100% 충전할 수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는 350㎾급 충전기로 충전하면 배터리 용량 80%까지 18분이 걸린다. 화웨이는 해외 충전 시장 진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베트남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도 공격 투자에 나섰다. 빈패스트 창업자 팜녓브엉은 최근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브이그린을 설립하고 향후 2년간 베트남을 중심으로 주요 전기차 시장 충전망 업그레이드에 4억4000만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내 50개국 진출을 계획 중인 빈패스트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 네트워크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충전 인프라 확장은 완성차 업체에도 핵심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24일 자체 초급속 충전소 ‘이피트’를 내년까지 전국에 500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286기)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국내 충전 생태계가 완속 충전기 위주로 짜여 있어 공공 급속 충전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근거한 조치다.
아직 충전 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데다 전력망 연결이 여의치 않다는 점은 장애물이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충전 규격은 테슬라가 확립한 북미충전표준(NACS)과 미국 외 업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복합충전시스템(CCS) 1·2 등이 모두 쓰이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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