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이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름을 '오른소리'에서 '국민의힘TV'로 바꿨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변화다. 기존 채널명이 '옳은 소리'라는 뜻과 함께 '오른쪽(우파) 소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었던 만큼, 한 위원장이 주력하는 중도 확장 행보와 무관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바꾸라"는 한 위원장의 지시로 10년간 사용해온 채널명을 변경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에서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은 계속 제기돼왔다"면서 "국민의힘과 채널명의 연관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바꾼 것"이라고 했다.
직관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중도 확장 목적도 없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 위원장 취임 전에는 열성 당원들에게 몰입해왔는데, 한 위원장이 오고 나서 당에 확장성이 생기고 유입 당원도 늘었다"며 "기존 당원이 아니었지만,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그룹이 있지 않나. 한 위원장이 오고 난 뒤 유튜브 접속 인원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새 채널명은 변경 직후에는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다가, 최근 한 위원장이 중도 확장 행보에 열을 올리자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집토끼(보수층)보다는 산토끼(중도층) 잡기에 주력하는 한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채널명까지 재조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을 '보수 강경 우파'라고 소개한 박모(58·남)씨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와 만나 "요즘 국민의힘은 영남권은 텃밭이라는 생각에 막 나가는 것 같다. 유튜브도 꼭 우파처럼만 보일까 봐, 눈치 보여서 바꾼 것 아니냐"며 "노무현과 문재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도태우를 끌어낸 것만 봐도 국민의힘은 지금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했다. '보수 지지자'라고 소개한 이모(55·여)씨도 바뀐 유튜브 채널명에 대해 "김경율은 살고, 도태우는 죽은 당이다. 우파적 성격까지 배제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지역 정가에 따르면 대구의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및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 분위기와 중앙당에 대한 반감이 형성되고 있다.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은 민심을 무시한 처사라는 목소리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2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제 지역구가 도 후보의 지역구와 붙어있는데, 도 후보 공천 철회가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을 심하게 건드렸다"며 "대구 보수층 분위기는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구는 대구시민이 뽑아준 후보를 교체해버려도 (당선)될 수 있다는 오만함 아니겠나. 대구 시민들은 지금 국민의힘의 '싹쓸이'에 대한 저항이 굉장히 강하다"고 했다.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무소속 후보 출마 선거구인 부산 수영구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수영구 청년 30여명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을 찾아 '장예찬 공천 취소 규탄 집회'를 열고 "수영구의 주민들에게 선택받았는데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구태한 국민의힘의 정치 행태"라고 비난했다. 부산학부모연합회 등 지역 보수 단체들도 "민심을 무시했다"는 취지의 비판 성명을 잇따라 냈다.
한 위원장도 이런 텃밭 민심을 심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21일부터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TK) 방문 일정을 소화했고, 내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TK 방문과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집토끼를 다독이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튜브 채널명 오른소리는 우파를 상징하는 걸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을 그만두고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국민'을 콘셉트로 삼은 것 같다"며 "(새 채널명은) 국민 전체를 의미하면서도 선거를 앞둔 당의 중도 확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중도 확장 행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존 보수 지지층이 한 위원장의 행보에 물론 반발할 수 있지만, 지금은 중도층에 어필해야 할 때지, 보수확신층의 반발을 볼 때가 아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 영향으로 집토끼를 향한 행보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중도층을 무주공산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가는 길이 정도(正道)"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