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P씩…총 0.75%P 내릴 듯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작년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다섯 차례 연이어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과 한국(연 3.50%)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로 유지된다. Fed의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는 연 4.6% 수준으로 예상됐다. 올해 0.25%포인트씩 세 차례, 총 0.75%포인트 정도 금리를 내리겠다는 신호다. 시장에선 올해 말 금리 전망이 다소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지만, 위원들은 지난해 12월과 같은 전망치를 고수했다.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과 2월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목표인) 2%를 향해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바꿔놓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6월 FOMC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59.2%에서 이날 75% 이상으로 올라갔다. 파월 의장은 5월 금리 인하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 달라진다”며 “어떤 것도 배제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시장에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늦어도 6월엔 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매슈 부시 구겐하임파트너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 방송에서 “9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대선과 너무 가깝게 된다”며 “Fed는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6월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양적 긴축 속도를 다소 늦추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Fed는 보유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을 줄이는 방식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급격히 늘린 시중 유동성을 빠르게 축소해왔다. 그는 “앞으로도 유가증권 보유액을 대폭 줄여나갈 것”이라면서도 “양적 긴축 속도를 완화하는 것을 논의했고 위원회에서 조만간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 ‘노랜딩’ 자신감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은 인플레이션을 추세적으로 꺾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긴축 국면에서 미국 경기가 ‘소프트랜딩’(연착륙)을 넘어 ‘노랜딩’(무착륙)으로 성장을 지속한다는 자신감이다. Fed는 이날 경제전망(SEP)에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1%로, 석 달 전 전망치(1.4%)보다 0.7%포인트 상향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도 4.1%에서 4.0%로 소폭 하향했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폭 전망은 기존 2.4%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작년에 강력한 고용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을 봤듯이, 강한 고용 증가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이유는 아니다”며 “팬데믹 초기 노동 시장의 극심한 불균형은 대부분 해결됐고 임금 상승률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Fed는 장기 경제성장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1.8%에서 2.0%로, 2026년은 1.9%에서 2.0%로 높여 잡았다.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연 3.6%에서 연 3.9%로, 2026년 금리 전망치는 연 2.9%에서 연 3.1%로 높였다. 장기 금리 전망치 역시 연 2.5%에서 연 2.6%로 소폭 상향했다. 이 지표는 경기 과열이나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중립금리’를 의미한다.
Fed의 자신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지프 데이비스 뱅가드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의 금리 인하 기대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막바지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끈적한 서비스 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