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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통역이 은밀하게 거액 빼돌릴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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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모든 생활을 같이하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과 절도 혐의로 해고됐다.

2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는 "오타니의 변호사들이 불법 사이트 조사 중 오타니의 이름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미즈하라를 비난하며 이같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에 연루된 자금이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보도 내용을 정리하면 매튜 보이어라는 불법 도박업자에 대한 수사 도중 오타니의 이름이 언급됐다. 더타임스가 오타니 측 변호사에게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미즈하라의 범행이 드러났다. 웨스트할리우드로펌 버크 브레틀러 변호사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언론의 문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타니가 절도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통역을 위해 그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왔으나 20일 경기 중 해고 통보를 받으며 짐을 쌌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통역 겸 비서로 일하며 받은 연봉은 약 1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경우 스페인어 통역 직원에 비해 일본어는 약 2배 수준이다.

여기에 원정 수당이나 교통비, 각종 인센티브 등이 추가된다. 합하면 최대 20만 달러(2억6000만 원)에 육박한다.



포브스의 집계에 따르면 오타니의 지난해 광고 수입은 약 6000만 달러(약 791억원)이다. 미즈하라가 챙길 인센티브는 1%만 따져도 60만 달러(약 7억9000만원)다. 다저스에서 받는 돈과 합하면 연 수입은 어림잡아 80만 달러(약 10억5000만원)에 달한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나왔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을 맡으면서 야구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닛폰햄 파이터즈의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일하면서 오타니와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는 2017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에인절스 이적이 확정된 뒤 미즈하라를 전담 통역으로 채용했다. 오타니가 슈퍼스타로 떠오르면서 미즈하라 역시 스타급 대우를 받았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해결됐다. 비자, 운전면허, 핸드폰 개통, 렌트 계약, 운전사, 캐치볼 상대, 밥 친구도 그의 몫이었다. 주요 일정 관리는 물론 미디어도 그를 통해야 했다.

LA 인근 코스타메사에서 일식당을 하는 아버지는 영양 담당을 자처하며 각종 먹거리를 공급했다. 이곳은 오타니의 단골집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오타니 부인인 다나카 마미코와 미즈하라의 부인의 사이도 가까워 지난 20일 그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미코와 함께 고척돔 관중석에서 오타니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각별한 12년 인연은 도박에 빠진 미즈하라의 횡령으로 결국 끝났다.



일본 야구 팬들은 그림자와도 같았던 미즈하라의 갑작스러운 해고로 오타니가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정신적 충격까지 받게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에겐 '오른팔'과 같은 존재라며 오타니의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그의 계정을 인스타그램에서 언팔로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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